

2026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는 단순한 충원 성적표를 넘어 향후 의료인력 구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기과와 기피과,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모집에서는 전공의 지원 총량 자체가 줄어든 흐름까지 확인되면서 수련 인력 유입 기반이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에서 전체 정원 2725명 가운데 2001명이 합격해 충원율은 73.4%였다. 의정갈등 직전인 2024년 상반기 83.2%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일부 인턴이 복귀하지 않거나 군에 입대한 영향으로 모집 정원 자체가 예년보다 줄었지만 필수과 중심의 충원 부진은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필수진료과 인력 공백이 수치로 드러났다. 소아청소년과는 합격자 34명으로 충원율 20.6%를 기록해 전체 진료과 가운데 가장 낮았고 심장혈관흉부외과도 11명이 합격해 충원율 25%에 머물렀다. 내과 67.6%, 응급의학과 55.3%, 산부인과 61.4% 역시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재활의학과와 이비인후과는 충원율 100%를 기록했고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이른바 인기과는 대부분 정원을 채웠다.
개별 병원 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그대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고 지방 수련병원에서는 지원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인턴 미달 이어 국시 지원자 감소…전공의 수급 변수
이 같은 변화는 전공의 모집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레지던트 모집 이후 이어진 인턴 모집에서도 상당수 수련병원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데일리메디가 2026년 상반기 인턴 모집에 나선 수련병원 42곳을 조사한 결과 총 정원 769명 가운데 665명이 지원해 평균 충원율은 86.5%였다. 정원을 모두 채운 병원은 16곳으로 전체의 38%에 그쳤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서울은 정원 173명에 218명이 지원해 평균 충원율 126.0%를 기록했고 경기 역시 11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집 흐름을 보였다.
반면 부산 지역은 평균 충원율이 36.8%에 그쳤고 경남·대구 지역 역시 65% 수준에 머물렀다. 충청과 호남 일부 지역에서도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이어졌다.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은 추가모집에서도 반복됐다. 일부 병원만 정원을 채웠고 상당수 지방 병원은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데일리메디가 인턴 추가모집을 진행한 수련병원 가운데 응답한 38곳을 분석한 결과 정원 334명 가운데 지원자는 74명으로 지원율은 22.2%였다. 응답 병원 중 23곳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지방 수련병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선택 시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지방 병원은 추가모집을 해도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련 단계가 올라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6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상급년차 모집에서도 대부분 병원에서 충원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일부 병원에서는 사직 전공의 복귀로 소수 지원이 나타났지만 지방 대학병원과 중소 수련병원 상당수는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의사 국가시험 응시 규모 감소 역시 향후 전공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2026년도 제90회 의사 국가시험에는 1078명이 응시해 818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75.9%였다. 통상 3000명 안팎이 응시하던 의사 국가시험과 비교하면 응시 규모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의대생 집단 휴학과 학사 일정 지연 여파로 졸업과 국시 일정이 흔들리면서 신규 의사 배출 규모도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의료인력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의사 국가시험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파이프라인 흔들리나
수련 인력 감소 흐름은 향후 의료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충원이 줄어들면 전문의 배출 규모 역시 몇 년 뒤 동일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군 복무, 공중보건의, 전임의 등 수련 이후 단계에서도 인력 분포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전공의 수가 줄어들면 전문의 배출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공공의료 영역 인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중보건의 역시 상당수가 전문의 취득 이후 군 복무를 선택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임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련병원에서 전임의로 이어지는 인력 풀이 줄어들면 중증 진료와 교육 인력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아청소년과 수련 현장의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신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병동이나 응급실, 신생아 중환자실 같은 데는 지도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는 게 오래 전부터 일상이었다”며 “의정사태 이후 다른 과들은 교수 당직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임의도 줄어들고 있어 미래에 지도전문의가 될 사람이 더 적어지는 게 걱정”이라며 “전공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와 중증 환자를 담당할 다음 세대가 남지 않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윤 이사는 “소아청소년과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있어 충원율이 단기간에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며 “이제는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고 바이털 진료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에만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런 구조 변화를 인식하고 수련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다기관 협력수련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전공의를 교육하는 모델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련 현장에서는 변화가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 모습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월 전공의 1만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755명이 응답한 ‘2026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0.5시간으로 나타났고, 약 3분의 1은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었다.
근무시간 관리체계 역시 제도와 운영 사이 간극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44.8%는 실제 근무시간이 병원 전산 기록보다 많다고 답했으며, 최근 4주 기준 최대 연속근무시간은 평균 26.2시간으로 집계됐다. 24시간을 초과한 연속근무를 경험한 비율도 42.9%에 달했다.
교육 기능 또한 정책 취지와 달리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수련시간은 평균 4.1시간에 불과했고, 28.0%는 해당 시간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지도전문의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는 시간도 주당 평균 4.5시간 수준에 머물렀다.
정신건강과 안전 문제 역시 개선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수련 중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비율은 31.2%로 나타났고 자살 사고 경험은 23.1%에 달했다.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76.4%, 방어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78.1%로 조사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들이 현장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근무시간 단축과 대체인력 체계 구축, 지도전문의제도 실질화, 정신건강 지원 강화 등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논의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공의 충원율은 단순한 모집 결과가 아니라 향후 의료인력 구조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필수진료과 공백 및 지역 편중, 신규 의사 배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 속에서 향후 전문의 공급 구조와 의료 인력 분포가 어떻게 재편될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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