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귀시한 명령 'D-day'…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미복귀로 계약 종료‧신입인턴 임용 포기…대한민국 의료대란 현실화 우려
2024.02.29 06:0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통보한 전공의 복귀 시한 29일이 찾아왔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복귀 중"이라며 긍정적 분위기를 피력했으나, 병원 현장에서는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 4년차가 29일부로 계약이 종료되고, 입사 예정이었던 신입 인턴 대다수도 임용을 포기하면서 연휴가 끝난 후인 내달 4일부터 실제 의료대란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짙다.


"전공의 복귀 중? 금시초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꽤 복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의료계는 사직서 제출 후 28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극소수라는 목소리다.


빅5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A교수는 "아직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른 빅5 병원 혈관외과 B교수도 "돌아왔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며 "현재 마취가 제일 문제다. 마취과 의사가 없으니 정말 연기하면 안 되는 수술들만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C교수는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며 "정부는 전공의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영상의학과 D교수는 "전공의들이 복귀했다면 당직 일정이 조정됐을 테지만 여전히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건국대병원 전공의 일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했으나,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을 사직한 류옥하다씨는 "건대에 연락한 결과, 짐 정리와 전산상 서류정리를 위해 잠시 병원을 방문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29일도 변함 없을 것"…부랴부랴 마지막 날 대화하자는 정부


병원 현장에서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29일에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E교수는 "지금으로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교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향후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C교수는 "정상적으로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장 관건이나, 그 시점이 29일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사직한 지 한 달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는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1년 중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생기면 병원에 돌아와도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일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7일과 28일 연이틀 전공의들에 복귀를 호소했다.


한 총리는 28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과 정부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더 늦지 않게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주길 거듭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28일 전공의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2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만나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박 차관은 문자메시지에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며 "위 장소에서 기다리겠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했다.


전공의 4년차 29일까지 근무, 신입 인턴도 안 들어온다


29일은 사직한 전공의의 복귀뿐만 아니라, 현재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 4년차의 행보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들의 계약이 29일부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전공의 4년차 수료 후 전임의 계약을 통해 소속 병원에서 근무를 이어갈 수 있으나, 이번 사태로 올해는 그 비율이 줄면서 병원을 떠나는 이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대부분이 1~3년차,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 다수가 4년차인 것을 고려할 때 의료공백이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


더불어 빈자리를 채울 신입 인턴들은 줄지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다.


A교수는 "신입 입턴 전원이 포기하겠다고 밝혔다"며 "3월 1일부터는 전임의까지도 병원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C교수도 "신입 인턴도 안 들어올 것 같다"며 "29일(복귀 시한)이라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병원 운영 전망은 매우 어둡다. 수술 지금보다 더 축소되면서 사실상 중단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교수는 "교수들이 아무리 수술한다고 해도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서 환자들을 케어하는 게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많이 못 할 것 같다"며 "빅5 병원뿐만 아니라 대학병원급은 큰 수술 외에 전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C교수는 "2020년과 다르게 응급실과 중환자실도 빈 상태라 이번 주말이 지나고부터는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과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政, 29일 직후 전공의 고발 전망…교수들 "전공의 처벌 시 좌시 않겠다"


정부는 29일 직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고발 조치에 들어갈 태세다.


복지부는 지난 28일 전공의 대표자 자택에 직접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며 처벌 근거 쌓기에 주력했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후 29일까지 소속 병원에서 근무 중이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며, 경찰은 피고발인에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하고,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수련병원 교수들은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한 명에게라도 실질적인 위해(危害)가 가해지는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처벌 강행 시 전공의들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앞서 서울대, 연세대, 순천향대, 인제대 등 의대 교수들도 이와 같은 뜻을 밝혔다. 


특히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의는 "사법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법리와 법률적 실무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 준비를 마쳐 놓았다"고 경고했다.


빅5 병원 A교수는 "대학병원마다 교수 비대위는 다 꾸려졌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정말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면 교수들도 들썩들썩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29일과 그 직후에 전공의 미복귀와 정부의 고발, 교수들의 봉기, 이에 더해 전공의 4년차 계약종료와 신입인턴 임용 포기까지 이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이번 삼일절 연휴와 내주 최고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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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은 자유 02.29 11:24
    평생 관노예로 사느냐...자유의지에 의해 의술을 펼칠 자유인으로 사느냐의 문제다.
  • 파산 02.29 11:19
    지금 수도권 왠만한 중급 대학병원들 모두 적자다..이 상태로 인턴 레지던트 안 들어오고, 2-3개월 지나면 줄도산이다..아마 딸린 수 천명 직원들도 직장 잃겠지..이 정도되면 윤머저리나 그 밑에 따라지 장차관들 자기네가 뭔 짓거리를 했는지 현타오겠지
  • 가짜판새 02.29 09:54
    돌아오면 박민수와 윤대통령은 기고만장하고 국민과 정부는 의사를 노예 쯤으로 생각하고 의료패키지로 의사들 숨도 못 쉬게 한다. 백지화 할 때까지 절대  굴복하면 안된다. 선거 끝나면 정부가 원점에서 협상 들어온다. 그리고 적은 일부교수와 병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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