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아산 등 빅5 병원도 필수의료 '위기감'
인기과 몰리고 기피과 미달 반복되는 실정, 해결책 난망
2022.10.21 17:10 댓글쓰기

[기획 2] 국내 '빅(Big)5' 대학병원은 질 좋은 수련환경과 높은 보수 등으로 전공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이들 병원은 매년 진행하는 전공의 모집에서 어렵지 않게 충원에 성공하며, 일부 인기과는 두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기피과목에는 해당 되지 않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빅5 병원들 전공의 모집 전체 결과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충원에 성공해도, 기피과로 낙인찍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은 경쟁률 미달로 씁쓸히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빅5병원의 필수의료과 기피현상은 젊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인기과와 기피과에 대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기피과 위주로 인원을 선발하는 ‘2022년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빅5 병원은 모두 충분한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총 4명을 모집한 서울아산병원은 지원자 2명으로 정원 미달을 면치 못했지만,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와 외과에 각각 1명씩 지원자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총 7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6명이었다. 


이마저도 지원자 3명은 내과(정원 1명)에, 지원자 2명은 성형외과(정원 1명)에 지원했다. 소청과와 외과, 흉부외과는 지원서를 단 한 장도 받아볼 수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1명, 산부인과 2명, 외과 1명, 핵의학과 1명, 흉부외과 1명 등 6명을 모집했다. 


총지원자는 5명에 그쳤는데 이마저도 산부인과 지원자 1명을 제외하면 마취통증의학과에 4명이 몰려, 외과와 핵의학과, 흉부외과는 지원자가 전무했다.


세브란스병원은 8개 진료과에서 전공의 31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원서를 접수한 전공의는 11명에 그쳤다.


내과는 3명 정원에 8명의 지원자가 몰려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 속 충원에 성공했다. 산부인과도 정원 6명에 3명이 지원해 일부 충원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와 외과, 흉부외과는 지원자가 없었다. 


2022년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내 건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총 51명 모집에 나섰다.


진료과별로 ▲내과 1명 ▲소청과 10명 ▲외과 10명 ▲흉부외과 5명 ▲정형외과 1명 ▲산부인과 7명 ▲재활의학과 1명 ▲병리과 2명 ▲가정의학과 9명 ▲응급의학과 3명 ▲핵의학과 1명 등이다.


하지만 지원자는 10명에 그쳤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1명, 정형외과 5명, 재활의학과 3명, 가정의학과 1명 등이다.


특히 기피과로 알려진 소청과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지원자는 한명도 없었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 관계자는 “인기과와 기피과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 같다”며 “기피과는 이제 정원을 채우기는커녕 지원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감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간판보다 실리’…MZ세대 젊은의사 심리 반영


이러한 현상은 병원 간판보다 실리를 선택하는 MZ세대의 젊은의사 심리가 반영됐다고 분석된다.


수도권 대형병원이 아닐지라도 본인이 원하는 진료과목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인턴 모집에서 빅5 병원은 미달 사태가 난 반면, 평균 정도에 머물던 공공병원은 주요 대학병원을 제치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55명 모집에 148명이 지원하며 0.95:1의 경쟁률로 마감했으며, 서울아산병원은 133명 정원에서 한 명이 부족한 132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모집 때마다 넘쳐나는 지원서로 고민했던 병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반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모집을 마감한 공공병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지난해 인턴모집에서 가장 지원자가 폭증한 곳은 국립중앙의료원(NMC)으로 정원 28명에 지원자는 2배가 넘는 65명이 몰려 경쟁률 2.32대 1을 기록했다. 


서울시 강동구 소재 중앙보훈병원 또한 2022 인턴모집에서 27명 모집에 46명이 지원해 경쟁률 1.7으로 마감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요즘은 인턴부터 전공과목 염두에 두고 병원을 선택한다”며 “공공병원은 특정 대학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출신이 어우러지다 보니 전문과목 선정에 있어서도 조금 더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분위기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 싶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도 “빅5병원은 여전히 전공의들에게 우상이 되는 곳이지만 이러한 네임벨류보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과목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고착된다면 수도권 대형병원들도 기피과목은 전공의 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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