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실기시험 1주일 연기···정상 진행여부 '미지수'
정부, 긴급하게 입장 변화···'의사 수급 차질 및 의료계 설득 영향'
2020.09.01 12:4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임수민 기자] 오는 9월 7일 전국 의사 총파업을 앞둔 가운데, 파업 동참의 의미로 의대생들 다수가 응시 거부 의사를 밝혔던 국시 실기시험이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와 의료계 원로와 교수들의 간곡한 설득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처럼 급한 불은 꺼졌지만 정부와 의대생들의 근본적인 입장은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일주일 내에 사태 해결이 가능할 지 여전히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기시험을 하루 앞둔 8월31일까지도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복지부와 국시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의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시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오후 4시께 돌연 ‘일주일 연기’로 입장을 바꿨다. 
 
정부 입장 변화는 국시 강행으로 인한 향후 의사 수급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응시 대상자 중 90%가 넘는 학생들이 접수를 취소한 상태인 데 이는 곧 내년에 배출 될 의사수가 예년에 비해 10분의 1인 3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10년간 4000명을 늘리려다 당장 내년에 2800여 명의 의사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강립 차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학생들의 미래가 불필요하게 훼손되고 향후 병원의 진료역량과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고려해 의사 국시를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자들을 구제하고자 동분서주했던 의료계 원로들과 교수들의 노력 역시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시원 황재호 실기시험본부장은 “의료계 원로분들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에서 국시를 연기해달라는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를 통해 응시율을 높이는 등 이번 사태를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일주일의 시간을 더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시 실기시험 일주일 연기에는 의료계 원로들과 의과대 학장들의 역할이 컸다.
 
의대생 “정책 추진 변화 없으면 국시 거부 지속”…교수들 단체행동도 '변수'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지만 의대생들의 입장 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학장들과 국시원측의 설득 노력에도 의대생들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실제 의과대학 학장들은 “학생들은 정말로 1년을 쉬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완고한 학생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국시원 역시 시험 접수 취소자 본인 확인과 응시 독려를 위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고의로 연락을 받지 않는 식으로 국시원의 설득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황 본부장은 “지금까지 계속 전화를 돌렸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응시율 제고 효과가 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대협 조승현 회장은 “우리는 국시 연기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국시거부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정책에 대한 입장을 일주일 사이에 급격하게 바꿀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여전히 정책 ‘철회’와 ‘원점’ 재검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시원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적인 시험 연기도 이후 시험 일정 등의 문제로 인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변수는 교수들의 움직임이다. 피켓 시위, 외래∙수술 중단, 사직서 제출까지 정부의 전공의 고발을 기점으로 교수들도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전임의들에 이어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사실상 국가 진료는 마비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이에 향후 교수들의 단체행동 추이에 따라 의대생 국시의 전격 연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임수민 기자 (ms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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