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비대면진료 부적합 증상 등 국내 첫 제시
한국원격의료학회, 의약품 목록 포함 가이드라인 공개…"최종 판단은 의사 몫"
2023.08.24 05:42 댓글쓰기



백남종 한국원격의료학회 부회장이 23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서동준 기자

한국원격진료학회가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초진 비대면진료에 부적합한 증상들을 의사, 환자 입장에서 각각 제시했다.


특히 의사용 가이드라인의 경우 12개 진료과목별로 초진 비대면진료를 피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했다. 항목 수로는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많았다.


모든 진료과목에서 공통으로 피해야 할 증상으로는 '수술 후 고열'이 제시됐고, 극심한 통증이나 과도한 출혈 등도 비대면진료가 아닌 병원을 찾아 대면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원격진료학회는 권고 사항인 만큼 비대면진료 여부는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원격진료학회는 23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비대면진료 실시 기본 원칙’, ‘비대면진료 한계와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관한 고지 및 환자 동의’, ‘환자 정보 제공’, ‘초진 비대면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 및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초진 비대면진료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과 의약품 목록이다. 현재 의료계와 산업계 등에서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남종 원격의료학회 부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초진과 재진을 나누자는게 아니다. 우리가 제시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초진 비대면진료를 안 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시한 것을 놓고 각 학회별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이후 지속적으로 개정되길 바란다국내서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철 한국원격의료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은 이 목록을 구성할 때 일본의사회연합의 온라인진료 초진에 관한 제언자료를 참고해 우리 현실에 맞게 다듬었다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해야 할 것을 정하고 그 외의 것은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예상되는 위험을 정확히 분석해 금지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후 해석이나 운용은 수월하다.

 

박 위원장은 허용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만들 땐 쉽지만 실제 적용할 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만들 때 더 큰 비용과 힘을 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초진 비대면진료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은 과별로 나눠 제시됐다. 가령 안과에서 긴급성으로 인해 초진이 비대면진료에 부적합한 증상으로 안구외상, 급성 시력 장애, 갑자기 생긴 복시 등이 포함e됐다.


한국원격의료학회의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중 초진 비대면진료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에 대한 의사용과 환자 및 예약접수 응대용 내용의 일부.


"비대면 진료 후 모든 항암제와 호르몬제 처방은 신중 필요"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으로는 모든 항암제와 호르몬제를 비롯해 과별, 작용부위별 약물이 제시됐다.

 

다만 백 부회장은 제시한 증상과 의약품에 대해 이를 진단하거나 처방할 때 신중을 기하라고 권고하는 것이지 법적인 제한에 추가해 일률적으로 금지할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개별 환자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의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중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 내용의 일부.


환자는 정확한 정보 제공, 의사는 비대면진료 한계와 발생가능한 불이익 고지

 

가이드라인은 상당 부분은 환자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의사의 명확한 고지를 다뤘다.

 

가령 의사는 비대면진료 첫 단계에서 환자에게 한계와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고지하여야 한다거나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병력·특이체질·환경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박 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의 법적인 근거와 과정을 설명하며 환자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능동적인 의료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정확한 정보가 제공됐을 때 의사와 설비 제공자(플랫폼 제공자)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강성지 원격의료학회 정책기술분과위원장은 비대면 은행을 이용할 때 이용약관 같은 것들을 전자동의로 처리하듯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도 약관 같은 것들을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숙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원격의료학회의 강성지 정책기술분과위원장(왼쪽)과 박상철 법제도분과위원장이 23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참가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동준 기자


강 위원장은 가이드라인 제정 소회를 밝히며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와 대결 구도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 대면진료와 그다음 대면진료 사이에 공백이 있지만 질병은 계속 된다그 공백 속에서 환자와 의사를 계속 맞닿게 해줄 도구와 기술을 활용해 환자 중심 의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전문은 원격의료학회 홈페이지(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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