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데 갑자기 눈 뿌예지는 '중심장액망막병' 규명
서울아산 이준엽 교수팀 "특정 마이크로RNA 발현 증가, 주사치료 일부 효과 없어"
2023.08.24 06:18 댓글쓰기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왼쪽) 연구팀이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변하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기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의료진이 30~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갑자기 눈앞이 뿌예지는 ‘중심장액망막병’이 발병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또 주사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밝혀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기전을 밝히고, 나아가 질병 예후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중심장액망막병은 망막 중심부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 박리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갑자기 눈앞이 동전으로 가려진 것처럼 시야가 뿌예지거나 물체가 휘거나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시력 상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매년 1만 명당 1~2명 정도에 발병하며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 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연구팀은 방수 내용물 중에서도 방수 엑소좀에 집중했다. 방수 엑소좀은 체액으로 분비되지 않는 인자들까지 포함해 조직과 세포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 바이오마커 중 체액으로 분비되는 인자들만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수 단백질이나 사이토카인을 분석한 것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 엑소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RNA 중 하나인 마이크로RNA-184(miR-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정량 분석에서 중심장액망막병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miR-184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는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했다.


중심장액망막병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재발하면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주사는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추가로 miR-184가 혈관내피세포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중심장액망막병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miR-184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황반변성과 당뇨황반부종 등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공학 및 기술 분야 다학제 집단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환자 방수 내 다양한 엑소좀 바이오마커를 즉시 검사할 수 있는 임상현장즉시검사(POCT, Point-of-Care Testin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준엽 교수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 기전을 처음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주사치료 예후를 바이오마커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나노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생명공학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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