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희귀병 다낭성간질환 '생체 간이식'
이재근 교수팀, 다른 혈액형· 에크모 사용 등 난관 극복하고 성공
2023.05.14 10:47 댓글쓰기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최근 다낭성 간질환 환자 김옥희씨(61)에게 생체 간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수술 결과는 부산에서 열린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주관 국제 학술대회 'HPB Surgery Week 2023(HPB 수술 주간)'에 발표됐다.


10여년 전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김씨는 2020년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배가 튀어나와 눈에 보일 정도로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 


혈색도 좋지 않고 배를 빼고는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검사 결과, 김씨는 다낭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다.


다낭성 간질환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뭉쳐져 물혹처럼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런 덩어리가 간 전체에 20개 이상 생기는 희귀병이다. 물혹은 계속 커져 간기능을 떨어뜨린다.


건강한 성인의 간 무게는 1.2~1.8kg 정도지만, 다낭성 간질환을 앓으면 물혹이 간에 붙어 간 무게가 10배 이상 늘어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거나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한다.


지나치게 커진 물혹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호흡이 어려워진 김씨에게 의료진은 이식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증을 기다리기엔 김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자녀들을 상대로 생체 간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아들은 다낭성 간질환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기증할 수 없었고, 딸은 생체 이식이 가능했지만 혈액형이 달랐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위해 감염내과와 진단검사의학과가 협력해 각종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항체 분비량을 떨어뜨려 이식 거부 반응을 낮췄다.


하지만 당장 이식은 불가능했다. 간 이곳저곳에 생긴 물혹으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간이식은 간에 이어진 하대정맥(다리에서 올라오는 혈관)을 막고 간을 떼어내며 진행한다.


하지만 혈관이 약해진 김씨는 하대정맥을 막을 경우 혈압과 심박수가 불안정해지고, 심한 경우 혈관이 터져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었다.


이재근 교수는 에크모(ECMO,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하대정맥에서 올라오는 혈액을 직접 심장으로 돌렸다. 간이식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에크모 이용 시 도관을 삽입해야 해 혈관 손상 위험이 있어 수술 난도가 올라가서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나 김씨는 지난해 12월 퇴원했으며, 최근 검진을 통해 이식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낭성 간질환에서 간이식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일본 게이오 의과대학에서 다낭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환자 간(肝) 무게는 10㎏으로 수술만 18시간이 걸렸다. 사용한 혈액 양만 4만8800㏄에 달했다. 반대로 김씨의 경우 간 무게(12.1㎏)가 체중의 25%에 달할 정도로 커져 있었지만, 이 교수의 수술은 11시간으로 짧았고 수혈도 200㏄ 정도에 불과했다.


게이오 의대와 비교했을 때 수술 시간은 40%, 혈액 양은 99.6% 감소시키며 환자 부담은 낮추고 수술 안전성은 높였다.


이 교수는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희귀 질환인 다낭성 간질환은 국내 수술 사례가 적다"며 "성공적으로 마친 이번 수술의 경우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고 에크모까지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의료진이 협진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따라줘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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