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 된다고 했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개념조차 희미하던 때여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아이디어 하나로 연구에 매달리기를 12년.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바로 삼성서울병원 하철원 교수(정형외과).
하 교수는 최근 메디포스트와 함께 개발한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얻자 환호성을 외쳤다.
십 수 년에 걸쳐 꿔왔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우연처럼 찾아왔다. 지난 2000년 막 출범한 벤처기업인 메디포스트가 제대혈 은행 사업으로 한창 주가를 띄울 때 였다.
“당시 제대혈 은행의 주력 사업은 조혈모세포를 추출해 백혈병 치료에 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에 이용한 제대혈이 폐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건 아닌 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대혈 자체를 구하기도 힘든 터여서 소중한 인체자원이 낭비되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제대혈에서 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해 내는 방법이다.
당시로서는 제대혈에 간엽줄기세포가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입증이 안 돼 세계적인 논쟁의 대상이었다. 무모에 가까웠던 하 교수의 도전은 연구파트너였던 메디포스트측 조차 난색을 표할 정도였다.
실제로 하 교수에 따르면, 하 교수팀이 삼성서울병원 골관절연구실에서 줄기세포 분리에 성공해 동물실험을 진행 중인 시점에서도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 줄기세포가 없다는 최신 연구를 근거로 연구 중단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즈음 그의 뚝심이 발휘됐다. 2001년 동물실험이 성공적인 초기 결과를 보이면서 당시 산업자원부의 국책과제로 채택돼 30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 교수는 동종 제대혈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방법은 물론 카티스템의 주요 구성물질인 ‘하이드로젤’의 선택 및 적용방법을 확립시켰다.
하 교수는 “동물실험이 잘 마무리되면서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 개발이란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2005년부터 진행된 임상시험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임상시험에 있어 가장 어려운 단계인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하는 1·2상이 통과되자 곧바로 3상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 결과 국내 유수 의료기관 10곳이 참여한 다기관 임상연구에서 하 교수가 개발한 카티스템은 기존 치료법에 비해 더욱 뛰어난 성과를 냈다.
관절염이나 연골손상 환자에 있어 관절경 소견상 미세골절술 보다 연골재생 정도가 확연히 나아졌고 특히 고령 환자나 연골결손의 크기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졌다.
하 교수는 “현재까지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4~5년이 지났지만 특이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증상이 다시 악화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카티스템이 장차 인공관절 치환술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환자에게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추가 연구 결과에 따라 진행을 늦추는 것만이 최선이었던 퇴행성 관절염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하 교수는 “아직 인공관절 전체 또는 부분을 치환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인공관절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를 중심으로 우선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입증한 뒤 이를 디딤돌 삼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