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갓난아기' vs 韓 '양심선언' 비난전 가열
이슬비 기자
2023.01.06 17:44 댓글쓰기

[수첩] 임인년 끝자락에 불거진 의사들과 한의사들 신경전이 계묘년 들어서는 난타전으로 확산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한방 난임치료, 한의사 국가고시에 등장한 의과 의료기기 문제로 양측이 직접 충돌한 데 이어 제 3자인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갈등을 격화시켰다. 


10년 넘게 다퉈온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한의계 손을 들어주면서 기름을 부었다. 현행 양방과 한방의 이원화, 별도 면허 부여 등의 원칙의 예외가 생겨난 셈이다. 


한의계가 의과 의료기기 사용 제도화 추진을 천명한 한편 의료계는 대법원을 정조준, 연일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고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신경전은 접어두고 잠시 동상이몽으로 보이지만 양측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그 생각들이 고스란히 세간에 드러나고 있다.   

 

“또 다시 의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한 의료계는 한의계 전문성을 근거로 이번 판결을 규탄했고, “충분한 초음파 교육을 이수한다”고 밝힌 한의계는 발끈하며 똑같은 논리로 받아쳤다. 


의료계는 “비전문가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고, 한의계는 “의사들도 부끄러운 오진 사례가 많으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일침했다.   


전문가 단체가 서로의 전문성을 부정하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상호 “초음파 진단기기 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색적 비난도 더해졌다. 


일부 지역 의사회는 “초음파 기기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 인생을 구원할 수도 있고 ‘사기’ 행위에 동원될 수도 있다”, “갓난아기에게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쥐여줘도 된다는 판단” 등의 표현을 사용해 대법원과 한의계를 힐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양의계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독불장군 자기 반성을 촉구한다”며 “해괴망측한 논리로 생떼를 쓰고 있다. 국민 건강을 우려한다면 초음파 오진 사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양심 선언하라”고 응수했다.


비슷한 양상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방특위)는 한의사 국시에 의과 의료기기 영역이 출제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 브랜드위원회는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한 양의계는 열심히 공부하는 한의대생을 걱정 말고 대리수술, 리베이트, 환자 성추행 등 부도덕한 행위 단속에나 전력하라”고 저격했다.


한방특위는 “한의사들은 모든 질환을 다 고칠 수 있는 양 큰소리치다 막상 자신이 아프면 의사에게 진료받는 일이 들통났다”며 “과거 의료기기 시연에서 망신 당한 일도 기억한다”고 후벼팠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전문가 직역 갈등과 공방전은 자연스럽고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러나 커다란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건을 두고 문제의 본질을 따져야 할 싸움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오간다면 본질은 가려지고 단순히 ‘밥그릇 싸움’에 불과한 것으로 납작하게 비칠 수 있다. 


이번 사법부 판결은 대법원이 환송한 2심에서 뒤집히거나 유지될 수 있겠지만 여론 심판에서는 한 번 낙인된 인식이 과연 바뀔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성명서를 언론사에 배포하고 기자회견에 나선 순간부터 이미 여론전은 시작됐다. 그리고 전문가 단체가 내놓은 날것의 언어들을 지금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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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FDF 01.06 23:58
    의료계 (X)  의료계 안에 의계, 한의계가 포함되는거니

    의계 : 한의계  가 맞는거죠 

    기사 수정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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