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Brain) 감싸고 있는 '뇌막(Meninges)의 신비'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과장
2023.04.06 06:10 댓글쓰기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과장

뇌막을 공급하는 혈관은 뇌로 가는 혈관과는 구분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뇌혈관 질환에서 주로 비롯되는 뇌졸중 원인 질환과는 차이가 있다.


뇌막에서 발생하는 혈관질환이 심각한 뇌졸중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드물기 때문에 적시에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의 혈관질환이 독특한 특성을 보이면서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특성은 아마도 뇌막(meninges) 출생의 비밀이 다소 은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척추동물이 척삭(chorda/척추로 발달하기 전(前) 단계의 뼈같이 단단한 조직으로 마디가 없다. 양서류에서 나타남)이나 척추를 형성할 때는 삼배엽이라는 3가지 발생 단계로 각 개체를 완성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포유동물처럼 뇌가 크게 발달한 경우에는 커지는 뇌를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다. 척추에서는 중배엽이 담당했던 발생학적 역할들이 뇌(腦) 발달과정에 있어서는 신경능선이 나타나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됐다.


최근 발생학(developmental biology)의 발전으로 인해 이 같은 신경능선 역할이 부각돼 뇌막 형성뿐만 아니라 뇌 발달도 리드하고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신비의 발생학 구조물인 신경능선을 소위 ‘제4배엽 (the fourth germ lay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막의 해부학적인 특성 뿐 아니라 발생학적 근원을 밝히기 위해 메추리-병아리 키메라(Quail-chick chimera)를 많이 이용했다. 이는 발생 과정에서 다른 종의 조직 일부를 이식해서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구분해 내는 것이다.


프랑스 연수 당시 필자는 이런 연구들을 접하고 너무 흥미로워서 밤을 세워 논문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왜 이 같은 연구를 하지 못하는 가를 생각하고 해부학이나 미생물학 분야에 관련 연구자를 찾아 보았지만 저자가 아는 한 국내에서는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현재는 유전의학을 이용해 세포 근원을 밝히는 유전체의학이 적극 활용되고 있어 세포근원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적 역할까지 규명하는 현대의학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경막 동정맥루(Intracranial dural arteriovenous fistula)로 대표되는 뇌막혈관질환은 희귀 뇌혈관질환이다. 보통 머리뼈(calvarium, 두개강 혹은 척추강, cranial cavity or spinal canal) 내부 뇌, 척수 및 뇌척수신경들을 감싸고 있는 뇌막에서 발생한다.


이 질환은 서서히 진행하면서 마비와 발작과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급작스럽게 출혈이 발생해 당사자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뇌막은 머리 뼈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막(pia mater), 지주막(arachnoid mater), 경막(dura mater) 3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경막(dura mater) 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질기고 딱딱한 막인데 이중으로 돼 있다. 2개 막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정맥이 흐르는 길(정맥동, dural sinus)이 된다. 뇌동맥이 뇌실질을 공급하고 뇌표면의 피질정맥으로 모이면 경막으로 들어와서 정맥동으로 흘러 나간다. 


이러한 경막은 뇌를 덮고 있기도 하지만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도 담고 있다. 특히 근래에 는 뇌척수액이나 뇌간질에서 뇌임파선(glymphatic system and meningeal lymphatics )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알려졌다. 경막이 뇌의 폐기물질(waste product)을 배출하는 주요한 임파선경로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런 임파선 흐름은 주로 밤에 이뤄지므로 잠을 못 잘 경우 임파선에 의해 배설돼야 하는 폐기물질들이 쌓여 치매에 걸릴 수 있으며 아울러 염증반응(inflammatory reaction)과 면역(immune surveillance)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경막에서 동맥과 정맥의 비정상적인 교통(shunt)이 발생하면 경막 동정맥루로 발전한다.


경막 동정맥루는 뇌동정맥기형의 일종으로 전체 뇌동정맥기형 가운데 약 10%를 차지한다.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두개강 내 발생 위치 및 유출정맥 경로에 따라 다향한 형태로 나타나며 예후도 다르다.


신경혈관 분야 ‘천의 얼굴 질환’ 경막 동정맥루


어떠한 의학 분야이든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이 있기 마련인데 신경혈관 분야에서는 이 질환이 바로 ‘천의 얼굴’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발현을 한다.


때로는 뇌종양처럼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노인성 질환처럼 기억 상실을 동반하는 치매를 일으킬 수 있으며,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켜 뇌졸중으로 진단되기도 하지만 오랜기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그림 1]


이 질환은 의심의 눈으로 찾아야만 할 정도로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발견해도 정확한 정체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척추에서 이 질환이 나타나면 양쪽 다리가 저리면서 서서히 걷기가 힘들어지다가 퇴행성질환이나 협착 등과 같은 소견이 겹칠 경우 진단이 늦게 되면 아에 걷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척수병증(myelopathy)을 일으키는 경막혈관질환이 나중에는 대소변 장애를 일으키게도 된다.


척수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하기 때문에 그 척수를 싸고 있는 경막과 그 속을 지나는 혈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동정맥션트를 찾고 치료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끝까지 추적하면 그 원인을 밝혀 낼 수 있다. 


또한 작고 복잡한 혈관을 따라 들어가서 색전술을 하거나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그림 2]


이러한 질환 희귀성이나 복잡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국내 질병코드에서는 진단명이나 코드도 없는 상황이므로 필자도 노력을 하겠지만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 환자 및 보호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희귀뇌혈관질환 질병코드는 한국에 많은 희귀뇌혈관질환 분류에 대한 아래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수 있다.




그림 1. 마비와 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뇌자기공명영상. 부종과 출혈(화살표)도 있다. 뇌종양이나 경색도 감별하게 되는 소견이다. 경막동정맥루를 의심하고 혈관조영을 시행해서 확진을 확인했다.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하지 못하거나 다른 진단을 할 수도 있다. 


그림 2. 척추경막동정맥루(Spinal arteriovenous fistula) 혈관조영상. 3차원 혈관조영을 얻어서 여러 각도로 돌려 보면 경막을 뚫고 들어가는 부위에서 동정맥루 혹은 션트(화살표)가 있다. 이러한 영상을 학회에서 발표를 하면 어떻게 이런 영상을 얻었냐고 감탄을 한다. 고가의 장비와 인력과 더불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정작 이러한 결과물에 대한 진단 수가는 하나도 없다. 만에 하나 치료가 않되거나 잘못되면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엄청난 원망을 듣기 때문에 진단과 시술을 할 수록 힘들어지는 구도이다. 이런 여건에서 앞으로 누가 이 일을 맡아서 하게 될지 필자는 염려가 된다. 


참고문헌

1. Song Y, Kwon B, Al-Abdulwahhab AH, Nam YK, Ahn Y, Jeong SY, Seo EJ, Lee JK, Suh DC. Rare Neurovascular Diseases in Korea: Classification and Related Genetic Variants. Korean J Radiol. 2021. doi: 10.3348/kjr.2020.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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