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병원이 새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선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환자 경험 혁신, 정밀의료 도입, 데이터 기반 연구 강화,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 중증진료 중심 의료자원 재편까지 유광하 병원장이 제시한 ‘향후 10년 비전’은 병원 구조와 문화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를 예고한다. 데일리메디가 새 병원 20년의 축적을 디딤돌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건국대병원 미래 설계도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新병원 20周 비전 제시…"첨단 외래센터는 미래 지향 이정표"
건국대병원은 이달 12일 개원 94주년, 신축병원 20주년 맞아 외래센터 증축을 포함한 대규모 병원 확장과 함께 AI 기반 정밀의료,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전환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유광하 병원장은 “이제는 병원의 외연을 넘어 본질적인 의료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향후 10년을 위한 ‘환자 중심·의료 AI·특성화 중증 진료체계’ 구축을 천명했다.
“환자 경험이 병원 품격으로 6위 성적 의미 있고 더욱 환자 중심 가치 실현”
건국대병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 평가에서 6위(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기준)를 기록하며 대내외 평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유광하 병원장은 “의사와의 상담시간 부문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단순한 지표 이상으로 병원이 지향해 온 ‘환자 중심’ 가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건국대병원은 병원 내 의료진 대상 영상교육을 통해 친절한 응대 사례를 전파하는 등, 환자경험 향상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간 부족으로 외래진료 확장에 제약이 따르던 병원은 올해 12월 외래센터 증축공사를 시작한다.
본관 인근 쌈지공원 부지에 신축되는 외래센터는 지상 3층, 옥상 포함 4층 규모로 조성된다. MRI·CT·초음파 등 진단 장비도 대폭 확충된다.
유 병원장은 “검사 대기시간은 줄이고, 1회 내원으로 진료와 검사가 가능한 것이 핵심”이라며 “복부CT 대기 기간만 해도 한 달 넘게 소요되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이 역점으로 추진 중인 'AI 건강검진 플랫폼'도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환자 나이, 성별, 가족력, 생활습관, 과거 검진 결과를 기반으로 맞춤형 검진 항목을 추천하며 질병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그는 “실제 시스템이 추천한 질환에서 유소견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검진의 과학적 설계와 예측 정밀도를 함께 확보할 것”이라며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에서는 현재 심뇌혈관질환과 뇌졸중 중심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이 도입된 상태로 향후 대상 질환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중심병원 도약…이식·심뇌혈관 질환 특성화 집중”
건국대병원은 오랜 숙원이던 연구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기존 의생명연구동을 전용 연구 공간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구·1상·2상 임상시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유 병원장은 “단순 치료가 아닌 미래 질환에 대비하는 병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등 국책 과제에도 적극 참여해 전국 10위권 연구비를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식은 병원 수준을 좌우하는 진료영역”이라며 “현재는 빅5 쏠림이 심하지만 건국대병원만의 특화된 이식 역량을 다시 키우겠다”고 특성화 영역에 대한 포부도 전했다.
건국대병원은 병원 특성화 전략 한 축으로 ‘이식’과 ‘심뇌혈관질환’ 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신장이식을 중심으로 관련 진료팀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중환자실·감염내과·호흡기내과 등을 포함한 팀 기반 접근을 통해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공의 중심 구조, 이젠 바꿔야···능률화 병원으로 전환”
최근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인한 병원 운영난에 대해서도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유 병원장은 “전공의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진료 공백은 전문의와 전담간호사로 일부 메울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교육시스템 체질 개선 기회”로 평가하면서도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장기적 측면에서 해결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병원장은 향후 10년의 병원 운영 철학을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와 ‘중증환자 중심 진료’로 요약했다.
외래진료부터 검사 예약, 퇴원 프로세스까지 전산화와 자동화 체계를 구축해 의료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검사시간 배정 및 회진 시 환자정보, 퇴원 시 안내 등이 모두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시간을 줄일 것”이라며 “인적 자원은 중증환자에 집중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를 이야기해도 불이익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 협심과 단합이 중심이 되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