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에 협상이 없다" 자괴감 토로한 의사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단장
2023.08.14 05:44 댓글쓰기

"올해 처음 수가협상을 이끌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수가협상에 협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협상이 이어진다면 미래가 없다. 제도 개선을 위한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가협상단장을 맡았던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12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주최 '불합리한 수가협상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의협 등 7개 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의원급 수가 계약은 2년 연속 계약이 결렬되면서 1.6% 인상이 결정됐다. 


건강보험재정은 당기수지 2년 연속 흑자에 건보 누적적립금이 24조원에 달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방역 및 의료 지원에 앞장섰던 터라 기대감을 가졌던 의료계는 더욱 공분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2008년 유형별 수가계약이 시행된 이후 의원 유형 수가 계약 협상은 17회 중 10회가 협상이 결렬됐다"며 "원가 이하 저수가 체계 하에 모든 의료기관이 건보 수입에만 의존해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비급여 진료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위원회서 정한 밴드 내 협의해야 하는 구조 불합리"

"이대론 미래 없다. 제도 개선 협상부터 다시 시작" 촉구

"공급자, 재정위 위원 참여 보장 필요…공단 수가협상단 재량권 부여"

의료계는 현행 수가계약제도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정하지 못한 협상 구조, 객관적인 근거자료 부족, 중재기구 부재 등이다.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공단 이사장이 계약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내용에 따라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재정위가 정한 재정폭(밴드) 내에서 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 유형별 순위 및 재정 증가폭만을 결정해 공급자에게 통보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협상이란 상호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를 이루는 과정이지만, 공급자 단체는 공단이 제시한 최종인상율을 수용할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게다가 공단이 매년 수가 협상 시 이용하는 SGR모형은 모형의 한계로 실제 도출된 결과를 협상에 그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조 보험이사는 "재정위 밴드 결정도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되기보단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1조라는 심리적 상한선을 감안해 매년 2% 이내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다"며 "협상 과정의 중재기구 부재로 인해 공급자 단체와 공단의 인상률 차이에 대한 중재 절차가 없이 건정심에서 공단 제시안츺 추인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문제제기했다.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3년 연속 수가협상에 참여하며 내린 결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 수가인상 총액은 공단 재정위가 다 정해오고, 단체별 순위도 SGR모형에 따라 다 정해져 있었다. 사실상 수가협상은 의약단체가 협상을 통해 수가가 정해졌다고 보여주는 시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불합리한 수가협상 제도 개선이 없다면 내년, 내후년 수가인상도 하나 마나 한 협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재정위 구성 변화, SGR모형 개선, 별도 중재기구 신설 등을 개선안으로 제안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재정규모를 결정하는 재정위에 공급자 위원 참여를 보장하고, 물가인상률이나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한 기본 밴딩규모를 설정하면서 그 외 인상률은 공단 수가협상단에 재량권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위는 협상 전 밴드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급자에게 선공개해야 한다"며 "협상 결렬 시 건정심 심의·의결 전 중재기구를 통한 중재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합의 도출 시 그 안을 그대로 의결하고 합의한 도출에 실패할 경우 표결 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건보공단 협상단에도 약 10% 수가 협상 재량권을 줘야 한다. 또 최근 보사연이 제시한 4가지 SGR모형 개선안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기존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강 보험부회장은 "수술, 처치 수가가 낮은 건 동의하지만 공단 환산지수 협상에서 행위유형간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수술, 처치료 인상은 다른 행위유형을 조정해 더하는 게 아니라 순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대한의원협회 법제이사는 "계약 본질에 부합토록 건보법 개정이 필요하며, 공단이 정한 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그대로 고시하거나 오히려 페널티를 부과해 당초 제시한 인상률보다 낮추더라도 저항할 수 없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법제이사는 "요양급여비용은 원가에 적정이윤을 부가한 것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수가 현실화로 인한 순증분은 정부지원 규모를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하고 이중 14%를 국고에서, 6%를 기금으로 지원받는 방법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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