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법(法) 알아야 한다. 모르면 그만큼 위험"
'의사, 법정에 서다' 저자 박창범 교수(강동경희대병원)
2023.08.16 05:15 댓글쓰기

국내 필수의료가 위기론을 넘어 붕괴론까지 대두된 가운데 최근 의료계 주요 이슈는 단연 ‘법(法)’이다. 응급의료와 소아의료를 포함 의료계 전반적으로 송사(訟事)가 늘어난 탓이다. 그만큼 법과 의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임에도 의료사고를 두고 의료계와 법조계 시각차는 여전하다. 의사와 환자 간 벌어지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시기에 대학병원 임상교수가 발간한 법 관련 서적은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법 때문에 필수의료를 머뭇거리는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는 시점. 그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법이 될 수 있는 현 의료계와 법조계가 보는 법적 관점 차이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
“같은 사고라도 피해자 연령에 따라 배상 액수를 달리 정하는 것은 법 논리로는 매우 합리적이다. 문제는 이런 판결이 지속되면 의사들은 소아 관련 치료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를 통해 “소아청소년 관련 질환 회피 확대 분위기에 따라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최근 의료 송사(訟事)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의사, 법정에 서다'라는 책자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의료소송이 핵심은 아니지만 의사가 인지하면 좋을, 아니 알아야 할 법적 상식을 사례별로 정리했다.


의사가 환자 진료 때 알아야 할 기본적인 법 상식부터 의료광고, 요양급여 청구, 리베이트, 허위 진료 등 민감한 내용까지 두루 담았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개정안 실효성 ‘의문’


그는 최근 분만 과정에서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정부가 100% 부담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료계에서 적잖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창범 교수는 “최근 발의된 의료사고 법률 개정안이 의료 송사에 대한 참고가 될 것”이라며 “최대 30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과연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사 손해배상의 보상 액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피해자가 평생 벌 수 있는 장례 소득 및 평생 치료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에 법적인 관점으로 배상액을 평가한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술 및 시술 위험 가능성이 이런 판단에 어느정도 참조돼야 할지 등의 의사와 환자 시각차는 개선되고 좁혀져야 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특히 고난도,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의사들이 느끼는 관점과 환자들이 받아들이는 시선이 결국엔 배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핵심인 셈이다. 


의사와 환자 시각차 인정해야 하고 환자 인식과 권리 높아지면서 민원·소송 증가


박창범 교수는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들 시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환자와 보호자들 인식이 달라지면서 의료행위 이후에 결과가 나쁜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환자 인식과 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에는 불가항력으로, 혹은 과실 없이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수술에 대해 확실히 설명하고 환자와 보호자 이해를 얻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수술 전(前)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동의서를 대충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감정적 문제로 인해 환자 및 보호자가 민원이나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동의서를 받을 때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환자 및 보호자와 소위 '라포'를 형성해 소송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법(法) 간과하다가 거액 배상 등 사례 증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안일함도 언급했다. 의원도 응급환자를 볼 수 있고, 이런 경우 많은 의사가 전원의뢰서만 작성해 큰 병원에 보내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응급의료법에서는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을 제공토록 명시하고 있다.


박창범 교수는 "응급환자의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인력이란 병원 인계 전까지 필요한 조치나 통신, 의료 지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가능한 인력이 의사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환자가 이송 도중에 상황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전원하는 의료기관이나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상황 시 상급병원 인계까지의 책임이 환자를 전원하는 의료기관이나 의사에 있기 때문에 만약 의사가 동승하지 못할 경우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외에도 법 영향권 사안 매우 많은 실정


많은 의사가 법적인 문제라고 하면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만을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의사들이 알아야 법적인 내용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실제 개업한 의사들이 겪는 법률적인 문제는 의료사고보다는 진료나 의료광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 등에 관련된 사안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 교수는 "의대생이나 전공의 시절에는 전혀 생각하거나 접해보지 않았거나, 혹 알았다고 해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간 경우가 많아 실제 사례에선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실제 의료와 관련된 법률 상식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창범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영학학사,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다수의 언론기고를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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