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새 길 들어선 의사출신 기자 김철중
영상의학 전문의에서 변신 후 첫 책 ‘내망현(內望顯)’ 발간
2013.07.01 20:00 댓글쓰기

 “왜 의사가 기자를 하느냐?”

 

1999년 기자로 변신해 지금까지 의학전문기자로 ‘명성’을 높이고 있지만 요즘도 이렇게 역취재를 당한다는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 그런 그가 의사와 기자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본 메디컬 소시올로지 ‘내망현’ [사진]을 세상에 내놓았다.

 

내망현(內望顯)은 ‘내시경, 망원경,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질병 생산 사회, 대한민국!’을 소재로 하는 서적으로 그에게는 생애 첫 작품이다.

 

“충돌과 모순의 의료현장 들여보다”

 

김철중 기자는 의사로 10년, 기자로 14년을 보내면서 의사로서 보이는 것들, 기자로서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풀어냈다고 했다.

 

김철중 기자는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환자들은 늘 서운하고 의사들은 억울하다고 이야기한다”며 “최고의 진단과 치료를 향해 거침없이 발전해 왔지만 끊임없는 엇박자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그는 환자가 아니라서 의사가 놓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의사가 아니라서 환자가 모르는 것들, 또한 병원이라는 시스템에 갇힌 그들을 제도적 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짚어봤다.

 

특히 환자와 의사, 병원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72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질병 생산 사회 그 자체의 치유를 위한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있다.

 

책 속을 들여다보자. ‘쓸 만한 치료법이 있어도 입 다무는 의사들’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맹점을 끄집어 냈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진료 현장에서 종종 일어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철중 기자는 “만약 의사가 새 치료법 얘기를 하면 환자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예를 들어 폐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를 담도암에 쓰는 것은 건강보험 적용 기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은 확실히 효과가 입증돼 사용 허가를 받은 범위의 약물만 인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항암제를 쓰면 암 환자는 약값의 5%만 낸다. 하지만 허용 범위 이외의 약물을 환자에게 쓰는 것은 ‘건강보험법’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그러한 과정에서 건강보험 약물 사용 기준에 어긋난 불법 의료행위가 생겨난다”면서 “의사는 굳이 이러한 위험 부담을 질 필요가 없고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사 침묵 유도하는 건강보험법 등 의료제도 맹점 짚어"

 

그는 “새로운 치료법이 정식으로 건강보험 약물 사용 기준에 등재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의사가 법을 지키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면서 “반면, 환자를 위해서라면 입을 열어야 하지만 지금의 건강보험법은 의사의 침묵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환자단체들은 의사 행태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주권을 확장하는 데도 신경써야 한다. 의사가 침묵하면 결국 손해는 누가 입는가”라며 반문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의사, 병원을 향해 우회적인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센티브로 도배된 병원’이란 제목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김 기자는 “수술할 때마다 병원으로부터 받는 수술 수당이 월급에 육박하다보니 그 ‘재미’로 의학 연구와 의대생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술 대기 환자에게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역기능도 분명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진료를 많이 하는 의사들에게 별도의 돈을 얹어주는 ‘진료 인센티브’가 관행인데 의료행위는 엄연히 다르다”면서 “그 과정에서 진료 인센티브의 덫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병원의 인센티브는 각종 검사나 입원 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병원서 확대되는 의사 인센티브 그늘"

 

김 기자는 “대학병원 의사가 환자에게 고가의 MRI를 받도록 하고 검사 건당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엑스레이만 찍어 봐도 알 수 있는 퇴행성 관절염을 일부 병원에서는 모두 MRI를 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모든 의사와 병원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병원이 의료 시장의 물을 흐리면서 크게 성장한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악화가 양화를 밀어내는 형국이다. 지금 한국 병원은 가속기만 있고 제동기는 없는 자동차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결코 병원과 의사들의 비리를 파헤친 서적은 아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요즘 TV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미백 수술에 대한 경고다. 의학적 목적 외에는 아직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술이기 때문에 유행인양 무조건 따라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김 기자는 “핏발 하나 없이 흰자위가 새하얗다는 것은 미백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백 남용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흰자위의 ‘화이트닝’이 간단한 시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막에는 미세혈관이 분포돼 있는데 이 혈관들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가며 눈알에 영양분을 준다. 흰자위를 하얗게 하는 시술의 원리는 인위적으로 혈관이 발달한 결막을 제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혈관이 거의 없는 공막을 노출해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김철중 기자는 “그러나 각종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공막이 굶어 죽는 ‘공막 괴사’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수술 재발 방지를 위해 쓰는 항암제 성분 약물이 이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월2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과학기자연맹 총회에서 김철중 기자는 제6대 세계과학기자연맹 회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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