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위기, 모두가 변화에 적응 못했다'
2007.05.20 22:00 댓글쓰기
"꿩을 잡는 것이 매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외과 위기론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었는데도 복지부나 심평원은 물론 의료계 전체가 수수방관했다. 심지어 외과 자체도 변화의 때를 잡지 못했다. 아직도 '대한민국 외과의 위기'라는 꿩을 잡을 매가 없다는 얘기다."

가톨릭의대 외과학교실이 19일 50돌을 맞았다. 1975년 명동의 한 작은 성모병원에서 시작한 외과학교실이 명동의 신축 성모병원과 여의도 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 이제는 가톨릭대학교 새 병원에서 역사를 이어간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외과 정상설 교수[사진]는 19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의대 외과의 위기, 나아가 대한민국 외과의 위기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정상설 교수는 "항상 정점에 있을 때 변화를 주시하고, 모두가 확신할 때 다음의 수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것이 병원이든 개인이든, 경영이든 학문이든 결과적으로 실패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톨릭 8개 병원 가운데 7개 병원의 수장을 점령할 정도로 외과 전문의들이 한 시절을 풍미했던 때가 있었다"고 회고하면서도 이내 "지금은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고 외과의 몰락은 그만큼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시대와 풍조의 변화로 가톨릭의대 외과가 상당한 성장과 함께 커다란 변화와 변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여기에 정상설 교수는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심평원에서는 자꾸 외과 수술 수가를 삭감하려고 한다"면서 정부와 관계당국에 강력히 성토했다.

정상설 교수는 "사실 외과 수술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 한번'의 수술이고 오로지 한 순간이기 때문에 외과 의사에게 다음이란 없다. 그런데 돈을 더 많이 줘도 모자랄 판에 수가를 더 깎으려 하고 있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가톨릭의대는 물론 정부나 관계당국이 대한민국 의료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의료계가 이에 대한 흐름을 읽고 적절한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모두 손놓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정상설 교수는 물론 "의료계 내 철저한 '파이 게임'에서 '외과'만을 위한 수가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외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 또한 없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외과가 이렇게 방치돼도 되는건가. 그는 "이제는 외과 수술만해서는 어렵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외과를 지원할 사람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상설 교수는 "외과의에게 40대는 꽃이지만 그만큼 의사로서의 수명은 짧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적합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나이 일흔을 훌쩍 넘어 진료를 하고 있는 내과 의사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과 전문의로서 꽃’을 피우는 시기로 40대 후반 무렵에서부터 50대 초반을 꼽는다. 때문에 정상설 교수는 "우선 40대 선두 그룹을 원로 외과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설 교수는 "가톨릭의대 새병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원에 앞서 젊은 교수진들을 해외에서 적극 영입해 선진환된 의술과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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