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이 잘 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보니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소외된 게 사실이다. 질병이 터진 뒤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먼저 개입하는 예방의학이 필수의료다.”
고위험군 환자 한 명 관리 잘하면 건강보험 재정 수억원 절감
최근 공식 출범한 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기승국 회장(홈닥터예방의학과 원장)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확신이 동시에 묻어 났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후를 위해 예방의학 필요성이 크다는 믿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예방의학과 전문의 5명도 배출되기 어려울 정도로 존폐 위기에 몰린 것도 사실이다.
기승국 회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예방의학은 필수의료”라며 “고위험군 한 명만 제대로 관리해도 수 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근거 기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없는 진료실···전국 유일 예방의학과 의원 현실
그는 “처음 개원했을 때 환자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방을 위해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며 “예방은 ‘찾아가는 의료’라는 걸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예방은 ‘의료적 필요성’은 매우 크지만 환자 수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 방문 진료로 하루를 다 보내고 오후 5시 이후 유일하게 환자 한 명이 방문했다.
더욱이 이날 인터뷰 직전 예방접종 백신을 맞으러 온 그 유일한 환자는 접종을 맞은 이후 가격 안내 과정에서 기 회장과 다소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환자는 “예방접종 백신이 2만원대로 알고 있었는데, 4만원이면 여기 안왔을 것”이라며 “다른 병원 많은데 예방의학과에 온 건 가격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기 회장은 “그러면 남는 게 없다”고 재차 설명했지만, 결국 환자 뜻에 맞춰 조정했다.
전국에서 예방의학과 간판을 내건 유일한 의원이지만 ‘예방의학’이라는 한계로 환자가 전무하다. 환자가 와도 시장 논리에 얼마나 취약한 과인지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가 진료 대상을 단순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방식’으로, 고혈압·심부전·당뇨 등 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부터 방문진료를 통해 관리하기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위기 속 생존 위해 출범···예방중심 의료체계 시동
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출범 배경에는 예방의학과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예방의학 전문의는 감염병·노인건강·역학·환경의학·보건정책 등 폭넓은 영역을 다루지만 현실에서는 병원 진료보다 연구·행정·학계에 집중돼 왔다.
그는 “의료 데이터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등 예방의학 핵심 영역을 다른 분야에 내주면서 젊은 교수님들조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가 하나 없는데 일반의와 뭐가 다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뭉치게 됐다”고 의사회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1000명 내외로 추정되지만 실제는 더 적다. 그 마저도 데이터·의료정보학·디지털헬스 영역 등 타 분야로 분산됐다. 전문의 배출 규모는 연 3~5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는 “의사회 출범은 역량을 통합해 임상과 지역사회에 녹이는 작업”이라며 “예방이 잘 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효과 측정도, 제도화도 어렵지만 이제 그 빈틈을 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부터 ‘학교’까지 현장 찾아가는 예방의학
의사회는 앞으로 산업보건과 공공보건 영역에서 예방의학과 전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찾아가는 의료’를 통해 예방의학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혈당 500이 넘어도 일하던 20대 노동자를 설득해서 병원으로 보낸 적이 있다”며 “그 청년이 30년 간 투석할 것을 막았다면, 사회비용 수억 원을 절약한 셈”이라며 예방적 개입 효용을 피력했다.
기업 현장에서 예방의학 역할 확대를 통해 혈압, 혈당을 관리하고 처방까지 할 수 있다면 건보 재정 부담을 낮추는 등 사회 전체 의료 비용은 절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모델은 향후 학생 인구 집단 전체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는 '학교 보건'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응급에 쓰는 예산 일부만 예방에 투입해도 사회적 효과가 훨씬 크다”며 “근거 기반 예방 정책·재정 투자가 필요하고, 예방의 중심에는 예방의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수가 시급···의료행위 장소 제한 완화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의사회는 '임상 예방의학 표준 업무 및 수가 모델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상담 수가 ▲다학제 팀 수가 ▲의료 데이터 관리 수가 ▲인구 집단 관리 수가 등을 제시했다.
다만 수가 신설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3가지 전제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행위 장소 제한 완화, 다학제적 팀 단위 의료 서비스 인정, 데이터 기반 의료 지원 등이다.
그는 “당뇨병의 경우는 약만 처방해서는 해결이 안된다”며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약을 잘 먹도록 이끄는 상담이야말로 예방의 핵심”이라며 상담 수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이러한 예방은 병원 안에서만 할 수 없기에 의료행위 장소 제한 완화가 필요하다”며 “산업현장, 학교 등 ‘의료기관 밖’에서 검사·처방·교육·상담이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 회장은 “의사, 영양사, 운동 전문가 등 다학제팀 활동을 의료 서비스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며 “환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고 추적 관찰하는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가 신설에 대한 내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예방은 잘되면 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지켜야 하고 그 역할이 예방의학”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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