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하고, 한국과 중국 간 의약품 인허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한중 의료바이오 규제 완화, 인허가 협력체계 및 국회·정부 정책 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 규제 개선과 양국 정부 간 제도적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의료바이오는 대한민국 경제 먹거리”라며 “향후 제약바이오산업은 인공지능(AI) 산업 못지않게 거대한 국제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이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역량과 K-뷰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내외 규제와 국가별 임상·인허가 기준 차이로 해외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 규제 장벽과 임상시험 관련 상호 인정체계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툴리눔 톡신 규제 16년…기업 82.4% 지정 해제 찬성
이 대표가 가장 시급한 규제 개선 과제로 제시한 분야는 보툴리눔 톡신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성형과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 바이오의약품으로 국내에서는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 등 여러 기업이 관련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형성해 왔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으며, 2016년에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까지 지정 범위에 포함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해당 기술 해외 이전이나 외국기업 인수합병 및 투자 과정에서는 일정 요건에 따라 정부 승인 또는 신고 절차가 적용된다.
이 대표는 기술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이러한 규제가 후발 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협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생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고, 6년 후에는 원료가 되는 균주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러한 규제가 유지되면서 신생 바이오벤처기업들의 중국과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30조원 시장 걸림돌을 우선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규제혁파와 규제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의 경쟁력이 균주 자체뿐 아니라 배양, 추출, 정제 등 생산공정 전반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들어 현행 규제가 후발 기업과 스타트업에 더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2.4%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며 “관련 절차로 인해 해외 사업 추진에 수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시장 선점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나 심사기간 단축을 넘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중 인허가 상호 인정·합작공장 구축…국회 입법 지원 촉구
이 대표는 중국과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협력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 기준 및 심사체계 차이가 양국 기업의 공동 연구개발과 해외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에서 심사를 거친 기능성 화장품이나 허가받은 의료기기 등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별도의 현지 시험과 자료 제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 자료 상호 활용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관련 협력 등을 주요 검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 식약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간 인허가 교차 인정과 규제 조화가 대단히 시급하다”며 “양국 규제당국의 정례적인 정책 협의와 임상·비임상 자료의 상호 활용 확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기술과 자본, 연구개발 인프라를 결합하는 구체적인 협력 모델로 합작공장 건설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공동 임상시험도 좋다”며 “한중 의료바이오 협력 첫걸음으로 합작공장을 세우고 조인트벤처를 구성해서 공동연구를 통한 해외 진출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요 바이오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정부 간 협력사업도 제안했다.
국내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와 인천 송도, 대구경북 첨단의료산업 거점 등을 중국의 주요 바이오·의료산업단지와 연계해 공동 연구개발부터 생산, 임상시험, 해외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헬스산업은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 변화가 많이 부족한 분야”라며 “국회와 정부의 입법·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협력 범위를 중국에 국한하지 않고 중앙아시아 5개국까지 확대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해외 진출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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