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대한민국 가치기반의료 전환 선도”
이제환 진료부원장 “임상 결과 넘어 환자 삶의 질(質) 향상 기여, 전담 통합조직 마련”
2026.09.02 06:52 댓글쓰기




이제환 서울아산병원 진료부원장(가운데)이 9월 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박수성 기획조정실장, 이 부원장, 조민우 예방의학교실 교수.

서울아산병원이 질병 치료에 머물지 않고 환자 건강과 삶까지 성과로 평가하는 가치기반의료 전환에 본격 나선다.


병원 내 흩어진 환자안전과 임상질지표, 환자경험, 환자보고결과, 퇴원 후 지원 등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진료에 반영하고, 이를 의료계 전반 패러다임 변화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다.


서울아산병원 이제환 진료부원장은 9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치기반의료 활동을 총괄하는 전담 통합조직을 마련하고 관련 진료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치기반의료는 투입된 비용에 견줘 환자가 얻는 건강 결과를 높이는 진료체계다. 동일한 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면서 치료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환자안전과 의료 질(質) 향상, 표준진료지침, 환자경험 평가, 중증 노년 환자 통합지원 등을 각각 운영해 왔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활동을 가치기반의료라는 공통의 틀로 묶고, 각 활동을 토대로 확인된 결과가 다시 치료계획과 진료체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병원 단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조민우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치기반의료는 임상 결과뿐 아니라 환자안전과 환자가 평가한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 폭넓게 살펴보는 개념”이라며 “그동안 가치기반의료를 위한 여러 노력이 각각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체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로 드러나지 않는 환자 삶까지 치료 성과로 연계


병원 측은 환자 치료 평가를 임상 결과와 환자보고경험(PREM), 환자보고결과(PROM) 등 세 축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이 특히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사안이 PROM이다.


환자 생존율과 합병증 등 임상 결과와 진료 과정에서의 환자경험은 이미 기존 평가체계에서 다뤄져 왔다. 병원은 이것만으로는 치료 후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덜 아프고, 일상 기능을 회복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PROM은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환자가 본인 증상과 기능, 삶의 질을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다. 검사나 영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통증과 피로, 우울감, 신체·사회적 기능 등이 포함된다.


이제환 서울아산병원 진료부원장은 2년 전(前) 골수이식 환자에게 PROM을 적용하면서 의료진이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를 체감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골수이식 환자 PROM 결과를 받아보고 예상보다 삶의 질이 훨씬 낮아 놀랐다”며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이식 합병증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까지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혈액검사 결과가 좋고 병이 재발하지 않으면 치료가 잘됐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PROM을 통해 환자가 실제로 겪는 문제를 확인하면 상담이나 진료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일부 진료과에서 기초 단계로 시행해 온 PROM을 확대·고도화하기 위해 올해 PROM 운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전담팀과 전용 플랫폼을 마련했다. 현재 수집한 PROM 자료는 46개 진료과에서 진료와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가 작성한 설문을 진료기록과 연계하고 치료 전후 점수 변화를 누적해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도화한다. 이를 개별 환자의 치료계획과 진단계획을 조정하고 의료 질 향상 활동과 표준진료지침을 개선하는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환자경험평가는 많이 정착됐지만 PROM은 아직 상당히 가야 할 길이 많다”며 “질환과 환자 상황에 따라 평가도구가 다르고, 환자가 작성한 설문이 진료기록에 들어와 누적돼 보여야 한다. 이를 연구뿐 아니라 진료지침을 변화시키는 데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PROM 평가도구의 국제 표준화와 해외 의료기관과의 협력도 추진, 수집한 결과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다만 질환과 치료법마다 측정해야 할 증상과 기능이 다른 데다 해외에서 개발된 평가도구에는 사용료와 번역·검증 문제가 뒤따른다. 환자 나이와 동반질환, 중증도를 보정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별 결과를 단순 비교하면 중증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병원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조민우 교수는 “개별 환자의 치료 전후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기관 간 평가와 비교에 활용하려면 환자 기저질환과 연령 등을 감안한 위험도 보정 모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이 통합퇴원계획 서비스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중증 고령 환자 통합돌봄 시스템 ‘위드원(WithONE)’ 서비스를 이용한 고령 환자가 5년간 1만명을 넘어섰다. 


PROM 넘어 진료 전(全) 과정·조직까지 재설계


서울아산병원이 추진하는 가치기반의료는 PROM을 측정, 진료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입원한 뒤 퇴원해 지역사회로 돌아갈 때까지 진료와 돌봄 과정 전반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된다.


중증 노년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 이후까지 지원하는 ‘위드원(WithONE)’은 서울아산병원이 진료의 연속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해 온 사례다.


병원 측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 시니어환자위원회를 설립해 중증 노년 환자의 재입원과 퇴원 후 돌봄 공백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환자 의학적 상태뿐 아니라 퇴원 후 돌봄 환경까지 평가하고 지역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전주기 지원체계로 발전시켰다.


최근 5년간 위드원을 이용한 고령 환자는 1만명을 넘었고 맞춤형 사회복지서비스 연계도 5000건 이상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운영 중인 PROM 전담팀과 별도로 임상질지표와 환자경험, 환자자기평가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전담 통합조직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치 중심 질환별 다학제 진료와 표준진료지침을 확충하고, 환자가 불필요하게 기다리거나 여러 진료과를 반복해 오가지 않도록 패스트트랙과 최적진료경로도 발굴한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은 “가치기반의료는 환자에게는 질 높은 의료를 효율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방법으로 제공하고, 의료진에게는 자부심과 본연의 진료에 집중할 환경을 제공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은 환자가 느끼는 불편을 PROM과 PREM 등의 평가체계를 통해 상시 측정하고 이를 진료 현장에 즉시 반영해 치료 결과와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10월 28일 가치기반의료 심포지엄을 열고 해외 의료기관 사례와 병원 추진 방향을 공유한다. 최고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가치기반의료에 대한 병원계 논의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제환 부원장은 “이제는 의료 화두를 질병을 고치는 것은 물론 환자 삶까지 재건하는 의료로 옮겨가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환자가 치료 전후 일상에서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자 중심 가치기반의료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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