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중지약물이 허가 요건을 갖췄다면 정부가 수입을 승인해야 한다’는 법제처 법령해석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임신중지 약물 허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법령해석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관련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번 법령해석 의미를 존중하면서도 이것이 임신중지약물의 안전한 임상 사용 조건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학회는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 의약품 도입 △의사의 양심적 거부권 보장 △해당 약품의 의약분업 예외 지정과 산부인과 전문의 처방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도입 순서와 조건을 바로 세우자는 요구다.
학회는 임신중지약물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 WHO 필수의약품이지만, 적절한 평가가 없으면 대량 출혈, 감염, 불완전 유산에 따른 응급수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약물적 임신중지 정의, 허용 주수, 처방기관 요건, 응급대응의 법적 근거가 부재하고 의료진 역시 법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동안 국회와 정부가 대체입법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행정해석에만 의존해 도입을 진행하는 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는 정부가 법 개정 전 품목허가를 진행할 경우 위험관리계획(RMP)과 허가조건에 반영해야 할 필수 안전장치를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등록 의료기관 중심의 폐쇄형 공급망 △임신 10주 미만 사용 원칙 △자궁외임신 배제 의무화 △합병증·부작용 보고 및 3년 후 재평가 등이다.
아울러 학회는 제약사가 위해성관리계획 작성 과정에서 산부인과 의견을 조회하지 않은 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위해성관리계획으로는 약물 도입 후 여성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법령해석에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 건강과 태아 생명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기독교 단체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약물 수입허가에 대한 법제처의 왜곡된 법령해석을 규탄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이 옳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오히려 이번 법령해석이 오히려 현행 법체계의 입법 공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처는 임신중단 주수와 사유, 절차 등에 대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며 “생명에 관한 중대한 결정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에 관한 결정을 행정 절차로 대신하지 말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함께 담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온전한 정비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의료현장의 우려도 제기됐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경아 교수는 “정교한 안전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약물 유통부터 승인하는 것은 여성과 태아를 의료체계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식약처의 품목허가와 의료현장의 약물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며 “법률 정비 없이 품목허가만을 근거로 약물 유통과 처방을 선행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정성민 둥지조산원 원장도 약물 도입에 앞서 법적·의료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약물 도입을 서두른다면 국민과 함께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며 “약보다 먼저 법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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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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