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임일한)이 방사선 사고나 업무상 피폭으로 인한 상해를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는 ‘방사선상해 치료병원’ 기능을 공식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그동안 피폭선량 평가와 방사선상해 치료를 담당해 온 역할이 법률상 사업으로 명문화되면서 중증 치료부터 재활, 장기 추적관리까지 아우르는 진료체계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의결됐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 법정 사업에 방사선 상해자 또는 상해 우려자에게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사선상해 치료병원 기능과 관련 연구·기술개발 업무가 새롭게 포함됐다.
방사선 상해는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건강 이상을 말한다.
산업현장에서는 방사선발생장치를 정비하거나 검사하는 과정에서 손 등 일부 신체 부위에 방사선이 집중돼 국소방사선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피폭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피부 발적 정도에 그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궤양이나 괴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혈액이나 골수 손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암 발생 여부 역시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방사선 상해는 사고 직후 응급진료뿐 아니라 피폭선량 평가, 전문 치료, 재활, 장기 건강관리까지 연속적인 의료지원이 요구된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체계는 ‘원자력시설 등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31개 1·2차 방사선비상진료기관이 연계돼 사고 발생 시 응급진료와 현장 의료지원 등을 담당한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역시 그동안 방사선 상해 전문기관으로서 피폭선량 평가와 연계한 진료를 수행해 왔지만 관련 기능이 법률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는 않았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기존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고압산소치료·줄기세포 등 치료역량 확충
현재 방사선 피폭자나 피폭 우려자는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영향클리닉에서 피폭선량 평가와 건강상담, 정밀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향후 방사선 화상을 비롯한 상해 전문치료와 재활까지 한 기관에서 연계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피폭 이력과 검사·치료 기록을 통합 관리해 이후 건강 이상이 발생할 경우 방사선 피폭과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상해 치료병원 기능을 구체화하기 위한 5개 후속 과제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고압산소치료시설을 도입하고 방사선화상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는 한편 방사능 격리병동과 급성방사선증후군 중환자 치료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줄기세포 치료 등을 활용한 난치성 국소방사선손상 치료 역량도 강화한다. AI 기반 생물학적 선량평가와 보건물리 평가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관리 체계도 운영한다.
개인별 피폭 이력과 검사·치료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장기 건강관리 시스템도 마련한다. 방사선영향클리닉을 중심으로 치료 이후 추적관리를 이어가는 체계다.
아울러 방사선비상진료기관과 소방·의료기관 간 연계 대응체계를 보완하고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국제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임일한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은 “이번 법 개정으로 방사선 상해자를 사고 초기부터 전문 치료와 재활, 장기 건강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방사선 상해로부터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 방사선의학 전문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전문인력과 시설·장비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 방안을 포함한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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