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린이들 제대로 된 치료 받지 못할까
김웅한 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상임대표 “소아수술 집도할 의사가 없다”
2026.08.30 06:52 댓글쓰기

“팩트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의료시스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려야 정부도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김웅한 상임대표(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는 최근 서울의대 의학도서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서두를 이렇게 암울한 전망으로 시작했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지난 2018년 소아수술 관련 7개 학회가 공동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후 성형외과와 마취 분야 학회가 합류하면서 현재 9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학술 교류와 소아수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외과계 학술대회에 소아 분야가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병원은 몇 곳이 안 된다”며 “모학회 수가 개선 과정에도 소아 분야는 계속 소외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의학과는 인기과지만 소아영상의학을 하려는 사람은 없고, 재활의학과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소아 분야가 똑같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7개 소아외과계 분야 전임의, 전국적으로 ‘단 5명’


정부는 2024년 5월 6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284개 고난도 수술·처치와 관련 마취료 연령 가산을 인상했다.


그러나 대상 항목과 연령 범위가 제한돼 반복 수술이 필요한 선천성질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연합은 복지부·심평원과 협의를 거쳐 확대를 제안했고, 지난해 4월 대상 항목 확대와 6세 이상 16세 미만 가산 신설로 이어졌다.


김웅한 대표는 “수가를 올려 병원 수입은 늘었지만 소아외과 지원자는 없다”며 “정책 목적은 다음 세대 유인이어야 하지만 젊은의사들 체감도는 낮은 탓”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합이 집계한 7개 소아 외과계 세부 분야 전임의는 5명에 불과했다. 외과계 전공의·전임의 24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3.1%가 현재 소아 분야를 진로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지금 후속 인력이 들어온다고 해도 앞으로 10년 동안의 공백기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선을 넘어 고사 단계에 들어섰다”고 토로했다.


수술 건수와 청구액은 늘어난 반면 수술 인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의 2023년 상반기와 2026년 상반기 보험청구 자료를 비교한 결과 8개 소아수술 분야 모두 청구액과 수술 건수가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5개 분야에서 그대로였다.


소아흉부외과는 1명 줄었고 인력이 늘어난 곳은 소아신경외과와 소아이비인후과 뿐이었다.


지방병원에서는 의사 한 명 빠지면 ‘수술 공백’


김 대표는 인터뷰 당일 발생한 일을 지역 소아수술 인력난의 단면으로 들었다.


그는 “심포지엄 첫 세션 좌장을 맡기로 한 지방 소아외과 의사가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며 “응급실에 복부수술이 필요한 아이가 왔는데 그 지역에서 수술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일부 의료진의 일시적 과로가 아닌 소아수술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봤다.


그는 “개인 소명 의식에 의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필수의료, 특히 소아 분야는 업무 부담 대비 보상이 부족하고 사람도 적어 의료진 부담은 계속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책은 땜질식이고 일시적 대응에 그쳤다”며 “이런 대책은 다음 세대에게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사람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은 땜질식에 일시적 대응 수준, 사람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 절실”


인력 양성·유지와 더불어 환자 부담에 대한 국가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약 15년간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병이 확인된 보호자들과 산전 상담을 해온 그는 이들이 수술비가 얼마나 드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건강보험 진료비 5%만 환자가 부담하지만 젊은 부부에게는 이마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적어도 태어나 1년 이내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 만큼은 정부가 100%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현장 실상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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