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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분야 인력난과 의료진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의사 옆에서 수술을 돕는 ‘피지컬(Physical) AI’ 기반 휴머노이드 수술보조 로봇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수술로봇처럼 의사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넘어 집도의 음성을 이해하고 수술 흐름을 학습해 조직을 잡아내거나, 필요 수술기구를 전달하는 등 업무를 로봇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의료계에서는 당장 로봇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기 보다는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고 의료진 육체적·업무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먼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장 의료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 및 사고 책임 소재, 보상체계, 비용, 동선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미 주요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형 수술보조 로봇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 19일 데일리메디와 K-헬스미래추진단(단장 선경)은 ‘2026 대한민국 헬스케어 포럼’을 열고 국내 피지컬 AI 연구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의료현장 활용 가능성 등을 짚어봤다.
이날 포럼 발제에는 손미정 식약처 디지털의료제품총괄지원과장, 이창현 K-헬스미래추진단 PM, 최재순 대한의료로봇학회 창업지원부회장, 송재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등이 나섰다.
수술실 인력난 해법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수술보조로봇 개발 출발점은 필수의료 현장 인력 부족 때문이다.
의정갈등을 거치며 지역 수술현장 인력난이 심화됐고 전공의 부족에 더해 보조인력까지 줄면서 집도의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창현 K-헬스미래추진단 PM은 중증·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수술실 인력 부족을 꼽았다. 정부 역시 의료진 옆 휴머노이드 로봇을 해결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로봇 손이나 엔드이펙터를 상황에 따라 교체하면서 조직을 밀고 당기거나 잡아 견인하고, 수술도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공의, 인턴 등 업무 일부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피지컬 AI를 접목하면 집도의 음성 지시를 이해하고 반복되는 수술 흐름을 학습해 의료진 의도를 파악한 뒤 상황에 맞는 보조동작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다빈치 수술로봇이 정밀한 원격조종과 미세수술에 강점이 있다면 차세대 로봇은 의료진과 상호작용하면서 수술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수술대 높이와 의료장비 위치, 작업 높이와 동선 등이 모두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유사한 형태 로봇이 유연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새로운 개념이 미켈란젤로 시스템”이라며 “하나의 수술에 특화된 장비가 아니라 여러 수술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멀티 서포트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율로봇, 가능성 타진 옛말…현재 개발 가속도”
전문가들은 의료로봇이 판단하는 것을 넘어 실제 행동하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부분 수술로봇이 높은 수준의 AI나 자율성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실제 수술 영상을 학습시키거나 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해 수술 절차를 이해하게 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가 말로 지시하면 이를 여러 단계 작업으로 나눠 수행하거나 실제 수술영상에서 동작을 학습해 보다 긴 수술 과정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최재순 대한의료로봇학회 창업지원부회장은 “숙련된 의료진을 모든 지역에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필요한 경우 로봇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영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자율로봇의 가능, 불가능 논의 단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의료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의료시스템과 의료기기가 더욱 지능화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료현장 기대감도 적잖다.
20년간 로봇수술을 경험해 온 송재준 고려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피지컬 AI가 발전하면 SF에서 상상했던 로봇이 실제 수술 중 의료진 옆에 서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수술 뿐 아니라 간호와 물류, 재활 등 병원 곳곳에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특히 의료진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송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던 의료인력이 넘어져 병가를 냈던 사례를 언급했다.
환자 이동·이송이나 자세 변경처럼 많은 힘이 필요한 업무를 피지컬 AI가 대신한다면 의료현장에 빠르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새로운 로봇이 들어온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현장이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로봇 개발뿐 아니라 규제와 병원 설계 등 인프라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병원은 환자 진료와 수술만 이뤄지는 공간이 아니라 중앙공급실을 비롯해 의료기구와 물품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거대한 물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병원 구조로는 이동 공간, 동선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 물류로봇 도입을 검토했지만 구조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政 “피지컬 AI 환경 대비, 관리체계 변화 중요”
정부는 피지컬 AI가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규제 체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손미정 식약처 디지털의료제품지원총괄과장은 “의료기기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기존 하드웨어 중심 규제만으로 신기술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용 AI 제품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높은 자율도를 가진 피지컬 AI 수술로봇은 아직 본격적인 허가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임상현장에서 허가된 수술로봇은 AI가 영상 등을 분석해 수술 부위를 시각화하거나 치료계획 수립을 보조하고, 최종 선택과 실행은 의료진이 직접 수행하는 형태가 중심이다.
다만 피지컬 AI 기술이 발전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규제 환경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식약처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 등을 의료기기에 적용하는 경우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AI가 허가 이후에도 새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성능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기기와는 다른 전주기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AI 자율성이 높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책임’ 문제다.
지금까진 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피지컬 AI가 실제 의료행위에 개입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기업, 병원, 의료진 사이 책임 소재 파악에 대한 논의가 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피지컬 AI 기술과 규제 경험이 국제 기준 마련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손 과장은 “AI 자율도가 높아질수록 의료영역에서 피지컬 AI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인간 중심 통제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제품이 들어온 뒤 규제를 마련할 순 없기 때문에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전반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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