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시술 당사자는 ‘무죄’ 의사는 ‘징역 6개월’
고법, 병원장 ‘징역 4년·추징금 900만’ 선고 …엠네스티 “의료진에 책임 전가”
2026.07.25 06:39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36주 후기 임신중지 시술을 시행한 의료진에게 재차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시술 당사자인 환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의사는 징역 6개월, 해당 병원 원장은 징역 4년과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은 후기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혐의로 살인죄로 기소된 당사자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시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고 이곳 병원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 추징금 9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4년 6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 36주차 임신부였던 여성이 자신의 임신중지 후기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며 논란이 확산됐고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2026년 1월 검찰은 임신중지를 한 여성과 시술을 집도한 의사, 병원장, 브로커 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금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여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시술을 집도한 의사는 징역 4년, 병원장은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 추징금 1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브로커들에게도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 여성에게는 무죄가 내려졌고 의료진은 그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시술 집도의와 병원장에 대해 “피해자가 삶을 위해 몸부림치며 마주쳤을 공포는 짐작하기 어렵고,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사람 생명을 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24일 비정부기구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해당 판결 결과에 대해 “법과 제도 공백이 의료진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한 내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고 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낙태죄는 공식 폐지됐으나 이를 대체할 법·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7년째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엠네스티는 “재판부가 후기 임신중지 당사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환영하지만, 시술에 관여한 의료진에 유죄 판결을 유지한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보장할 법적·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물은 것으로, 한국에서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제인권법 및 기준에 따르면 임신중지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이자 인권의 문제이며,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공한 사람, 또는 이를 지원한 사람을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제엠네스티 설명이다.


국제엠네스티는 “한국 정부는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임신중지 서비스의 제공과 접근에 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기 위해 모자보건법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임신중지 둘러싼 여야 갈등 첨예…기름 부은 李대통령 ‘검토’ 지시  


사진출처 한지아 의원 SNS 

국회에는 낙태죄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정부안을 포함한 6개 안이 나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부의장)이 지난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약물을 통한 인공임신중지를 허용하고, 허용 한계 기간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야당과 종교계는 반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모자보건법,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임신 10주 이상 낙태에 대해 처벌 조항을 두고 낙태를 강요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허용 검토를 지시하면서 임신중지 사안이 다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지시는 포퓰리즘적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조배숙·김미애·백종헌·안상훈·서명옥·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이재명 정부 낙태약물 무법적 허용 문제점’ 학술 세미나에서 의사 출신 서명옥 의원은 “국민 숙의를 거칠 사안이다. 대통령 지시 하나로 성급하게 허용하면 모든 피해는 국민과 여성들이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도 “의료인 양심과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의료인도 직업윤리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따라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약 처방이나 시술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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