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 ‘안전상비약 확대’…약사회 발칵
政 “연내 품목 고시·약사법 개정 추진”…藥 “일방적인 졸속 행정”
2026.07.22 05:09 댓글쓰기



정부가 올해 12월까지 24시간 판매점(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및 판매점 기준 완화를 천명하자 약사 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및 ‘무약촌’ 판매장소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품목지정 고시 개정 및 관련 ‘약사법’ 개정을 연말까지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4개 효능군 11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를 현행 약사법상 가능한 한도인 20개 이내에서 품목을 확대·조정하고, 약국·편의점 등이 없는 무약촌에서 상비약 취급 장소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지만, 관련 논의가 진행될 때 마다 약사 사회에서는 공공심야약국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고,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안전상비약제도 도입 취지·근간, 정부 스스로 훼손”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에도 약사 단체들은 연일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역 약사회들은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 중이다. 


서울시약사회는 “약사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확대 방침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전문가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안전상비약 제도는 심야·공휴일 불가피한 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갖춘 점포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한 제도”라며 “24시간 운영 의무를 지키지 않는 곳까지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면 제도 도입 취지와 근간을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또한 오랜 기간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성분조차 판단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서울시약사회는 강조했다. 안전상비약 추가 후보로 수년간 거론돼 온 지사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드’ 성분이 그 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6일자로 해당 성분 제제 허가사항을 변경해 ‘24개월 이상 소아의 급성 설사’ 적응증을 전면 삭제하고,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처방·복용을 금지했다. 


서울시약은 “위험하지 않은 의약품은 없고 무분별한 안전상비약 확대는 결국 국민건강에 위해로 다가온다”며 “기존 품목과 판매점조차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품목과 판매처를 늘리는 것은 안전관리 공백을 키운다”고 힐난했다. 


정부가 충분한 시행 근거를 갖추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충청북도약사회는 “정부는 현행 11개 안전상비약 품목이 국민 필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품목 확대를 추진한다”며 “현 제도의 운영 성과, 국민 안전성, 품목 확대 필요성을 충분히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처 확대가 안전성 위협으로 직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약사회는 두통약·생리통약 중복 복용, 종합감기약·코감기약 성분 중복 등 오남용 사례가 실재함을 강조하며 “중복투여, 금기 병용을 사전에 걸러내는 마지막 안전장치가 약사의 복약지도”라고 말했다. 


“안전상비약 확대는 MB정부 ‘의약품 영리화 정책’ 재현” 


비영리 단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는 이번 정부 정책이 1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의약품 영리화’를 재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상비약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입장을 약준모는 반박했다. 약준모는 “동일 성분 의약품이 같은 의약품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를 허용하면 중복 복용 등 심각한 안전 위험은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약자 뒤에 숨어 자본에 의한 약료 영리화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만 뚜렷하다”며 “소비자 단체 조사에서 대부분 취급처가 기본적 관리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음에도, 조치를 취했다는 말 없이 계속 확대만 되뇌고 있지 않나”라고 일침했다.


15년 전 편의점 상비약 시행 당시 명분도 사라져 이제는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게 약준모 입장이다. 


당시 약국이 문닫는 주말·야간에 의약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에 가까운 편의점에서 상비약이 판매되며 편의점은 인건비 상승 여파 등으로 야간 영업을 줄이고 있다. 


약준모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 목숨을 담보로 자본의 손에 의약품을 넘기기 위해 시행된 편의점약 확대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안전하지도 상비되지도 않는 안전상비약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의사 출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1월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안전상비약 품목 수를 유연하게 정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 규정을 마련하고, 무약촌은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기준인 ‘24시간 운영 조건’ 예외를 두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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