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 양측으로부터 다른 이유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한의사 일차의료 참여를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한의사단체는 이번 정책을 “한의사 배제 조치”라고 규탄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월 9일부터 8월 5일까지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공개모집한다고 밝혔다.
공모에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등 요건을 갖춘 의원 또는 거점지원기관이 신청할 수 있다. 참여 의원은 새로운 ‘통합수가제’와 현행 ‘행위별수가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한의협 “한의사 일차의료 역할 외면, 의사만 챙기는 복지부 만행”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우선적으로 한의의료기관이 공모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했다.
복지부 발표 후 한의협은 성명을 내고 “양방의원만 대상으로 시행하는 시범사업을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복지부의 만행에 분노한다”며 “양의사들이 외면하는 지역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한의사·한의원을 철저히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은 복지부의 양의사 출신 장관과 양의사 출신 고위공무원들의 보건의료제도 양방 독점을 위한 폭거”라며 “즉각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의협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참여 한의의료기관 통계를 근거로 한의사들의 일차의료 참여 의지가 높음을 주장했다.
금년 7월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참여 한의의료기관 수는 4869곳으로, 의과의원 2118개소의 약 2.3배다.
한의협은 “한의의료기관에 대한 환자 만족도와 지속 참여 의향은 각각 82.1%, 74.3%다”며 “한의사들이 얼마나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번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취지가 만 50세 이상 국민의 만성질환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한의원 강점이 고령층의 만성통증·노인성 질환의 후유증 관리임을 국민 모두가 안다”고 일침했다.
이에 진정한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은 우리나라 의료 이원화체계에 맞춰 설계돼야 하며, 한의사와 의사가 각자 전문성을 기반으로 협력해 최선의 일차의료를 제공한다는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는 게 한의협 주장이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한의계의 정당한 요구와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양방의원 편향적 특혜 정책을 강행한다면 3만 한의사의 강력한 저항과 국민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시범사업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일차의료 강화는커녕 의료전달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의협은 특히 시범사업 성과지표에 포함된 ‘유출률’과 통합수가제를 문제 삼았다.
타 의원 이용 비중을 뜻하는 유출률이 시범사업 성과지표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의협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원 간 협력과 의뢰·회송 체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러한 시범사업은 변형된 주치의 모델로 비춰질 수 있는데, 환자가 질환 특성과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권리를 유출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유출률을 성과지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환자 위험도(HCC)에 따라 월정액을 지급, 의료기관이 정해진 보상 범위 안에서 진료토록 하는 통합수가제 방식도 반대했다.
의협은 “필요한 진료를 줄이도록 압박하는 과소진료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여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의료계 의견을 재수렴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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