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신경마비 진료표준이 16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새 지침은 ‘발병 후 72시간 안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단순 안면마비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와 눈 보호, 회복 이후 재활치료까지 단계별 관리 원칙을 담았다.
대한안면신경학회는 7일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안면신경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6 한국형 안면신경마비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지난 2010년 급성 안면신경마비 진료지침 이후 16년 만의 전면 개정이다. 이번 지침은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9개 핵심질문을 새로 설정하고, 국제 표준 방법론에 따라 관련 근거를 다시 평가해 마련됐다.
지침 개발에는 이비인후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신경외과 등 6개 진료과 전문가와 예방의학 방법론 전문가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국제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환자 설문을 통해 환자 가치와 선호도도 권고안에 반영했다.
가장 강하게 권고된 항목은 급성기 스테로이드 조기 치료다. 지침은 스테로이드 조기 치료를 권고 강도상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제시하고,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가능하면 48시간 이내에 투여하는 것이 예후 개선에 더 유리하다고 봤다.
학회에 따르면 메타분석에서 스테로이드 치료군의 완전 회복률은 약 78%로, 위약군 67%보다 높았다. 지침은 이를 근거로 스테로이드 조기 치료를 급성 안면신경마비의 핵심 권고로 제시했다.
특히 의료기관이 ‘72시간 이내 스테로이드 시작률 85% 이상’을 질 지표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는 안면신경마비 초기 치료가 적정 시점에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 병합 여부는 환자 상태와 선호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했다.
김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날 “안면마비 환자 중 상당수가 초기 진료 경로를 잘못 선택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 진단이 잘못돼 민간요법이나 한방요법을 먼저 받다가 실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안면마비는 정확한 초진과 초기 진료 경로가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침은 모든 안면마비를 벨마비로 단정하지 않도록 했다. 벨마비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가장 흔한 유형이지만 뇌졸중, 람세이헌트증후군, 중이염, 외상, 종양 등도 안면마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형적인 벨마비 환자에게 일률적인 검사를 시행하기보다 위험신호 여부에 따라 검사를 선별하도록 했다.
팔다리 힘 빠짐, 발음 이상, 의식 변화, 복시, 심한 두통 등이 동반되면 뇌졸중 등 중추성 원인을 감별하고, 회복 지연이나 난청, 어지럼증, 반복 마비가 있으면 종양 등 다른 원인을 고려하도록 했다.
눈 보호도 주요 권고에 포함됐다. 안면신경마비로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으면 각막이 노출돼 각막염이나 각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침은 눈 감김이 불완전한 환자에게 인공눈물, 윤활 안연고, 야간 테이핑 등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필요 시 안과 협진을 하도록 권고했다.
급성기 이후에는 재활치료와 만성기 치료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거울치료, 표정운동, 안면 신경근 재교육, 근전도 바이오피드백 등을 고려하고, 6개월이상 회복되지 않는 만성 마비에는 수술적 재건을 검토하도록 했다. 연합운동 등 후유증에는 보툴리눔독소 치료도 고려 대상에 포함됐다.
학회는 이번 지침이 1차 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안면신경마비 진료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학술대회와 연수강좌, 학회 홈페이지,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 등을 통해 보급된다. 학회는 환자·보호자용 요약본과 1차 의료기관용 체크리스트도 배포하고, 안면신경마비 레지스트리와 연계해 실제 진료 적용과 치료 결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호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 과에서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참여해 만들었다”며 “안면신경마비 진료가 초기 평가부터 급성기 치료, 회복기·만성기 관리까지 이어지는 기준으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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