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관련 의사 형사처벌 신중한 프랑스”
안덕선 연구원장(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2026.06.28 16:55 댓글쓰기

[특별기고] 최근 프랑스 랭스 형사법원은 지난 2014년 맹장수술 후 사망한 11세 소년 사건에 대해 외과의사 2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발생 12년 만에 내린 1심 판결이다. 의사 한 명에게는 30개월 집행유예와 의사면허 영구 정지, 나머지 한 명은 24개월 집행유예와 5년간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여기에 더해 해당 의사들에게 각각 1만5000 유로와 8000 유로 벌금형도 선고했다. 


지난 2014년 당시 11세였던 환자는 복통으로 병원을 찾아 급성 맹장염으로 진단받았으나 이후 실시한 검사에서는 응급수술이 필요치 않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입원 다음 날 시행된 수술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아이 대동맥이 실수로 절단돼 출혈성 쇼크를 일으켰고, 수술실에서 9시간을 보냈다. 이후 긴급히 이송된 인근 도시 대학병원에서 다음 날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의사들 과실과 더불어 비이성적인 ‘고집’을 지적했다. 해당 외과의사는 책임을 시인했다.


그의 동료는 상황을 수습하려는 자신의 ‘고집’이 과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직 심혈관 외과의사가 좀 더 빨리 호출됐더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의료소송, 전문가 감정 등 신중한 판단 절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프랑스 의사 면허기구는 대동맥을 손상한 집도의에 대해 3년간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처분을 받은 해당 외과의사는 면허정지 기간 동안에 프랑스가 아닌 모로코에서 계속 진료한 것으로 보도됐다. 


프랑스에서는 과실치사에 의한 형사재판과 의사협회 징계 절차가 별개로 진행, 의사회의 3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오래 경과된 이유는 우선 의학적 감정이 장기간 소요됐기 때문이다. 


수술 타당성을 비롯해 대동맥 손상 과실 여부, 출혈 후 대처의 적절성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 수 차례 다층적 전문가 감정이 진행됐다. 


프랑스 의료분쟁 형사사건에서는 이 단계만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원래 사건은 메츠에서 발생했으나, 부모 요청으로 랭스로 사건을 이송했다. 


사건 관할 이전 자체가 복잡한 절차를 추가해 시간을 더 지연시켰다. 이렇게 사고 발생 후 6년이 지난 시점에야 검찰은 2명의 의사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 부모는 외과의사 2명뿐 아니라, 병원과 지역 의사협회, 마취과 의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했지만 공방 끝에 대법원이 2025년 8월 최종 ‘기각’ 판결했다. 


이후 검찰은 2명 외과의사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절차적 범위를 확정한 것이고, 외과의사들의 과실치사 여부는 랭스 형사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도 이 사건을 “기나긴 법적 여정의 사법적 오디세이”로 표현했다. 피해자 측은 단순한 배상 보다 과실과 책임 규명이 주목적이었던 만큼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시간이 길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중대한 의료과오 사건의 경우 10년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고 한다. 


대동맥 손상은 대개 수술 자체보다 복강경 수술에서 첫 번째 투관 침(trocar) 삽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대동맥, 장골동맥, 대정맥을 포함한 주요 혈관 손상은 약 2000~1만건 당 1건, 그중 복부대동맥 손상은 약 1~10만건 당 1건 수준으로 가늠한다. 


매우 드문 대동맥 손상 자체는 합병증으로 볼 수 있으나 손상 직후 출혈을 인지하지 못한 점, 혈관외과 지원 요청이 늦어진 점 등이 사망 원인으로 판단돼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극히 드문 합병증을 이유로 처벌한 게 아니라 이후 대처까지 포함해 ‘통상적 의료 수준’에 미달했다고 판단했다.


대동맥 손상 자체는 불가피한 합병증일 수 있지만, 손상 예방과 인지 및 대응 과정이 부적절했다면 과실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후자에 가까운 사례로 평가된다. 


의료 현실에서 마주하는 난제


1심 판결인 만큼 소송이 최종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해당 의사는 이미 72세로 사실상 정년을 다 채웠다. 


환자 부친이 의사이고 의사로서 갖는 기대치와 실제 사건의 심각한 괴리에 대한 분노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피해자 부모가 지역 의사협회를 상대로 형사고소 한 이유는 문제 의사를 계속 진료하게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망 사건 이전에도 사건 집도의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의료사고 및 전문성 문제에 관한 지적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부모 측은 해당 의사는 이전에도 수술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제 제기와 분쟁으로 이미 경고 신호가 있었음에도 지역 의사협회가 충분히 조사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전 단계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적절히 조치했다면 그 의사에게 수술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부모는 분개했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은 형사책임은 매우 엄격하게 인정돼야 하고, 의사면허 기구의 감독행위와 환자 사망 사이에 직접적이고 확정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설령 의사협회 대응이 미흡했어도 ‘사망’을 직접 초래한 행위는 수술 과정과 수술 후 처치에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의사협회에 대한 형사절차는 기각했다. 


장장 12년 긴 세월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송, 그리고 재판 비용 등을 고려하면 면허기구 징계든 형사처벌이든 현실 속에서 겪는 제도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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