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우러르는 한국 고혈압 관리, 한계 봉착”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커프리스·복합제 기반 변곡점 모색”
2026.06.22 05:24 댓글쓰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고혈압 관리를 잘하는 국가로 꼽힌다. 실제 최근 유명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은 ‘한국의 고혈압 관리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무색하게 최근 5~6년 간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한 새 진료지침을 발표하며, 진단 및 치료 전반에 걸쳐 선제적 변화를 예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 김광일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에게 이번 진료지침 개정 배경과 향후 고혈압 치료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Q. 진료지침 개정 배경은

학회는 지난 2000년 첫 진료지침을 발표한 이후 주요 내용의 변경이 필요한 시기마다 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4년 주기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은 지난 2022년 발표 이후 그동안 학계에 새롭게 보고된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적극 반영해 진료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뤄졌다.


Q. 가장 큰 변화는

한국 고혈압 관리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 5~6년 동안 조절률이 정체돼 있다는 점이 큰 숙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지침에 몇 가지 혁신적인 방안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커프리스(Cuffless) 기기’를 활용한 활동혈압 측정 권고, 초기 단계부터 고혈압 약제 병용요법 권고, 난치성 고혈압 환자를 위한 구체적인 평가 및 약물 치료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향후 국내 고혈압 조절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커프리스 혈압계’가 처음 권고됐다

해외의 커프리스 기기들은 아직 표준 검증 프로토콜에 따른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반면, 국산 반지형 혈압계는 까다로운 외국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발표하며 ‘검증된 기기’로서의 차별성을 보여줬다. 이런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반지형 기기를 활용한 활동혈압 측정이 이미 보험급여를 받고 있으며, 1차 진료현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학회는 이런 국내 임상 현실을 반영해 이번 지침에 ‘IIb 권고사항’으로 공식 제시했다.


Q. 커프리스 혈압계 종류가 다양하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도 권고되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검증되지 않은 기기의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드시 주요 학회 및 기관이 추천하는 프로토콜에 따라 검증 연구가 수행돼야 하고, 그 결과가 동료 평가(Peer-review) 저널에 발표된 기기만을 선별해 사용해야 한다. 기기의 대중성 보다는 임상적 정확성이 담보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Q. 커프리스 혈압계 사용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커프리스 기기는 자체적으로 혈압을 절대 측정하는 게 아니라 기존 혈압계를 통한 보정(Calibration) 값을 기준으로 혈압의 추이를 분석하는 기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주기적인 보정 과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완전히 엉뚱한 혈압값이 도출될 수 있다. 실제 진료현장의 의료진과 일반 사용자 모두 이 ‘보정의 중요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Q. 기술 발전이 고혈압 진단 및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진료실에서 잠깐 측정하는 혈압만으로는 가면고혈압, 야간고혈압, 백의고혈압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환자 임상 양상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커프리스 기기를 통해 일상생활 속 실제 혈압 변동성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면 향후 환자 개개인 특성에 맞춘 완벽한 ‘맞춤형 혈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보정’, 검증된 기기만 사용”

'커프리스 혈압계·복합제 대규모 임상시험 준비"


Q. 약물 부분에서 ‘초기 복합제 활용’이 제안된 이유는

고혈압 치료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환자의 약제 순응도 문제와 의료진 치료 무력감이다. 여러 알약을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복합제는 환자 순응도를 크게 높인다. 또한 초기부터 복합제를 사용하면 단일제 투여 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음에도 약을 추가로 증량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는 의료진의 치료무력감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양한 용량의 고정용량복합제가 출시돼 있고 실제 처방도 활발하다. 이것이 한국이 높은 혈압 조절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Q. 최근 ‘신장 신경 차단술’이 허가됐다. 학회의 시각은

기존 약물 치료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던 치료저항성(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적절한 환자군을 선별하고,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시술자가 시행한다면 임상적으로 훌륭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계획은

현재 대한민국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커프리스 혈압계’와 ‘초저용량 복합제’다. 학회는 이 두 가지 핵심 분야 임상적 유용성을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고혈압 학계를 이끄는 최고 선도그룹으로 자리매김코자 한다. 아울러 정책적으로는 임신성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안전한 약제 사용 체계 마련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해결 방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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