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생아학회 “어떤 의사가 십자가를 지겠나”
전지현 “신생아 의료사고 감정·심의 때 세부전문의 참여 의무” 제안
2026.06.15 12:44 댓글쓰기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사고 감정 및 심의 시 신생아 세부전문의 2인 이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생아 진료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으로 완성한다 : 신생아중환자실 필수의료 국가가 든든한 책임자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박희승·한지아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생아학회가 주관했다. 


토론회는 지난 4월 국회를 최종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시행령·세부 기준 의견을 신생아 진료 전문가들로부터 듣기 위해 열렸다. 


신생아중환자실(NICU)의 경우, 최근 재태연령 26주 약 900g 체중의 초극소 미숙아의 치료과정에서 병원에 3억여원을 배상하게 한 판결이 나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방향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발제자로 나선 전지현 대한신생아학회 법제위원장(차의과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은 “해당 판결의 치료 과정 동안 표준을 벗어난 의료행위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과실 없는 의학적 결과까지 모두 사고로 묶어 의료진을 매번 조사대에 세우는 불합리한 구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지현 법제위원장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어날 상황을 그려봤다. 


환자 사망과 동시에 법정 시계가 시작되며, 14일이 경과하면 법적 절차 궤도에 강제로 편입되고, 최대 120일 동안 ‘무과실’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행정 대응에 몰두하고 신체적 부담을 느끼며 방어진료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신생아네트워크에 따르면 연간 28주 미만 출생아는 약 700명이고, 위험군은 총 46%인 상황에서 개정안 시행 시 연간 감정 건수는 5~8배 폭증할 것이라고 전 법제위원장은 전망했다. 


법적 잣대와 임상 현실 차이 커…사후확신 편향 차단 ‘전문적 필터링’ 절실  


더 큰 문제는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중과실 조항의 임상적 한계다. 


전 법제위원장은 “일례로 제3호에서 ‘예측 가능함에도 처치 및 전원 지연 시 중과실’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NICU 병상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타 병원 전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제7호는 ‘진료지침 및 통상적 진료 범주에서 현저히 벗어난 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신생아 처방 60~90%가 허가 외 사용(Off-label)이다. 1kg 미만 소수점 단위 용량 조절 및 마약성 진통제 투여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치”라고 강조했다. 


전 법제위원장은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며 미래 인력이 단절되고 연계 필수 소아 분과마저 부족해 은퇴한 전문의들이 야간 당직을 서며 간신히 인큐베이터를 지킨다”며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피의자 신분 유지 및 직업적 정체성 훼손 등을 감수하며 어떤 의사가 미숙아 앞에서 다시 십자가를 지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그는 대안으로 신생아 세부전문의 감정 참여 의무화를 제안했다. 그는 “신생아 세부전문의가 2인 이상 참여해 NICU 진료현장 특수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사후확신 편향을 차단하는 전문적 필터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고위험 신생아 중증장애 생존치료-재활치료-심리 및 정서지지-경제적 지원이 통합적으로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건강기본법을 제정해 국가가 보호자가 돼야 한다”면서 “NICU 의료행위를 ‘필수의료행위’로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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