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입원 활성화만으로 정신응급 대처 물꼬를 트려는 것은 미미한 효과에 그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입원제도 전체를 정신의료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이사장(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신보건 정책 별도 논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논의 초점이 ‘행정입원 활성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준호 이사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자살 고위험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 개입 필요성이 있지만, 이송·진료·입원·사후관리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응급상황에서의 안전한 진료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누구나 타인의 생명에 위태로움을 직감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이송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책임·민원에 막힌 행정입원…정신응급 점검”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단·치료 기회 부여 제도가 법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민원, 법적 책임, 행정 부담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내 자살률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자살 고위험군 관리와 정신보건 행정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24시간 대응체계 구축, 경찰·소방·응급실·자살예방센터 간 연계 강화,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일시보호체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행정입원 제도는 법적으로 존재하지만 예산 부족, 대상자 범위의 제한, 신청 주체의 법적 부담, 민원 소지 등으로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행정입원 제도는 적은 예산, 좁은 대상자, 입원신청 주체에 대한 과도한 법적 부담 등 소지로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입원 활성화로 현재 정신응급 대처의 물꼬를 트려는 것은 미미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입원제도 전반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군 관리 공백…직관적 이송체계 관건”
그는 국내 자살 고위험군 관리체계의 가장 큰 공백으로 응급상황에서 안전한 진료체계 부재를 지목했다.
위기 상황에서 주변 사람이 위험을 인지해도 환자를 어디로, 어떤 절차를 통해, 누가 책임지고 연결할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결국 위기 대응이 현장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응급상황에서 안전한 진료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누구나 타인 생명에 위태로움을 직감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이송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상 법적인 보호가 더해져야 잘 작동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살위험이나 정신응급 상황에 개입하는 경찰, 소방, 의료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살 고위험군 대응은 신고 접수, 현장 출동, 위험도 평가, 응급 이송, 진료, 입원과 지역사회 연계가 한 흐름으로 이어져야 해 한 기관 강화만으론 제도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특히 경찰, 소방, 의료시설 등은 자살 대응에 매끄러운 팀워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역할은 관심과 이웃으로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도 “정신응급, 자살예방 전문기관으로 초점을 모아 정립된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지역사회 단계적 연계 중요”
응급정신의료와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 관계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의료기관 중심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순서가 있다고 본다”며 “설정된 의료기관에서 한 걸음씩 지역사회로 나아가야 하고, 지역사회로 이행되는 것은 돌다리를 건너듯 한 단계씩 반복 실행해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역사회가 정신의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없어져야 한다”며 “둘은 경쟁관계가 아니고, 지역사회는 도식적 계획으로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의료진과 대응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 부담을 줄이고, 자살 고위험군과 정신응급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체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국가가 책임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정신보건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은 정책과 예산”이라며 “과도한 법적 규제와 의료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덜어주는 과감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정신보건 정책을 별도 논의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은 자살예방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만 현장 전문가들은 정책 성패가 구호나 조직 신설이 아니라 응급상황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진료체계와 법적 보호장치,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간 단계적 연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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