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 특성상 예측이 어렵고 복잡한 치료가 요구돼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도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내과 의사들이 짊어지는 법적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준영 다보스병원 과장 연구팀이 대한내과학회지에 공개한 ‘내과 의료분쟁 현황과 제도적 과제’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내과 분쟁은 1468건으로 전체 13.8%를 차지해 정형외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70~79세 환자군에서 분쟁이 제일 많았고 내용별로는 증상 악화가 3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진단 지연(8.2%), 신경 손상(7.6%), 장기 손상(6.8%) 순으로 나타났다.
분쟁과 관련된 금전적 격차도 컸다. 환자 측이 청구한 조정 신청 금액은 평균 1억1700만원에 달했지만, 실제 최종 합의 금액은 평균 1100만원으로 청구액의 9.6% 수준에 그쳤다.
사고 발생일부터 조정 신청일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36.6일로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 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사고, 형사 범죄화 경향 개선 ‘시급’
김 교수팀은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도한 의료사고 형사 범죄화 경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 의사의 연평균 업무상과실치사상 기소 건수는 754.8건으로 일본(51.5건)의 14.7배, 영국(1.3건)의 580.6배에 달해 국제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의료사고를 주로 민사 영역에서 다루며, 형사법은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수가 정책과 비의료인 중심의 중재원 위원회 구성 등 구조적 문제도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낮은 건강보험 급여 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고, 고비용을 지불한 환자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결과에 대한 불만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됐다는 분석이다.
또 의료분쟁 해결 절차가 과거 환자의 과실 입증 중심에서 의사 과실 개연성 추정 및 설명의무 강화로 변화하면서 의료진이 방어진료로 내몰리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윤 과장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며 “연구진은 학회 차원의 객관적인 자문 체계 구축과 함께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 처벌 범위를 중과실이나 고의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무과실이나 경과실 사고에 대한 신속한 민사적 보상 체계 마련 등 국가 지원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선의의 치료 결과가 범죄로 취급받는 환경에서는 그 누구도 필수의료 현장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절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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