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혈관 중재시술 분야가 단순히 더 많은 시술을 시행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더 정밀하게 가려내고 근거 기반 치료 전략을 강화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관상동맥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TCTAP 2026)에서도 이런 흐름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TCTAP는 지난 1995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심혈관 중재치료 국제학술행사로 자리잡았다.
금년 학회에는 전 세계 56개국에서 약 3200명이 등록해 고난도 중재시술과 구조적 심질환, 정밀 치료 전략 등 최근 중재치료 분야 흐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TCTAP 해외 의료진 참석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늘어
공동의장을 맡은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과거 국내에서 열리던 국제학회는 외국인 연자 중심에 한국인 참석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TCTAP는 해외 의료진 참석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중재시술 학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TCTAP에서 오랫동안 집중해 온 대표 영역 가운데 하나는 좌주간부 질환 스텐트 시술이다. 좌주간부는 심장 주요 혈류가 지나가는 혈관으로, 과거에는 관상동맥 우회술 중심으로 치료하던 부위다.
올해 학회에서도 좌주간부 질환과 같은 복잡 병변에서 고난도 스텐트 시술을 어떻게 더 안전하고 정교하게 시행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안정민 교수는 “시술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후 임상 연구를 통해 우회술과 장기 예후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지금은 중요한 치료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혈관이 좁아져 보인다고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기보다 실제 혈류 감소 여부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스텐트 시술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시술 장비 등이 발전하면서 훨씬 간단하고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혈관이 좁아져 보인다고 무턱대고 스텐트를 넣으면 불필요한 시술이 늘 수 있어 최근에는 분획혈류예비력 같은 생리학적 지표를 활용한 시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눈으로 보기에는 혈관이 좁아져 있어도 실제로는 혈류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압력을 측정해 실제 혈류 감소 여부를 확인해보면 절반 이상은 약물치료만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전했다.
늦어지는 신의료기기 도입으로 국내 의사들 임상 경험 축적 뒤처져
최근 판막 시술 영역에서는 새로운 치료법과 시술 경험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인 타비(TAVI)가 이미 보편적인 치료로 자리잡은 가운데,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막과 삼첨판막 시술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는 “대동맥판막 시술은 이제 보편적 치료가 됐고 서울아산병원에서만 연간 400례 이상 시행하고 있다”며 “반면 승모판막과 삼첨판막 분야는 장비와 시술이 발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첨판막 분야는 국내 장비 도입 속도가 해외보다 늦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안 교수는 “과거 TAVI 초기에는 일본보다 한국이 앞섰지만 지금은 일본 대비 장비 도입이 늦는 경우가 많다”며 “최신 장비가 2~3년 늦게 들어오면 임상 경험 축적 자체가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26일 신기술의료기기 등을 대상으로 허가·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순차 심사를 동시·병렬심사 체계로 전환하고, 허가 신청 전(前) 단계부터 업체와 대면회의를 진행하는 ‘한국형 Pre-NDA 미팅’을 도입해 신기술의료기기 허가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임상현장에서 새로운 시술 장비와 기술이 보다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적용, 하드웨어 발전이 관건”
TCTAP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라이브 케이스 세션은 이번 학회에서도 핵심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라이브 케이스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이뤄지는 시술 과정을 학회장과 실시간으로 연결해 시술 전략과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라이브 세션에는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중국·일본·태국·대만 등 국내외 의료진이 참여해 복잡 병변시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연했다. 이후에는 전문가 해설과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안 교수는 “라이브 시술은 단순한 시연이 아니라 시술과 치료 전략을 공유하는 과정”이라며 “의료진이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판단과 치료 방향을 배워갈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피지컬 AI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아직 남아 있는 기술적 과제도 언급했다.
안 교수는 지난 4월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에이비아(AVIAR)’를 활용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임상 적용에 참여하며 로봇 기반 중재시술 안전성과 정밀성을 입증한 바 있다.
그는 “AI 소프트웨어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하드웨어 발전 속도가 중요하다”며 “시술 과정에서는 인간 손의 정교함을 완전히 대체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완전 대체하는 형태보다 의사 감독 아래 일부 과정 자동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율주행차처럼 의사가 관여하는 형태가 현실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학회와 관련해서는 “국내 심혈관 중재시술 연구와 치료 수준이 함께 성장하면서 학회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 연구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회 명성과 흐름을 계속 이어가려면 새로운 연구와 콘텐츠가 계속 나와야 한다”며 “매년 발전한 학회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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