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 발전 방향성, 기술보다 안전 먼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2026.05.27 16:24 댓글쓰기

[특별기고] 만물이 푸르른 생명력을 더해가는 계절,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은 제19회 의료기기 날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뜻깊은 행사를 준비해 주신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님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 인사를 전한다.


지난 수년간 전례 없는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의료기기산업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보여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을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대전환을 이뤄냈고, 이제 대한민국 의료기기는 전 세계 의료 현장에서 신뢰받는 ‘K-메디컬’ 핵심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99년 설립 이래 국내 유망 강소기업부터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전(全) 회원사가 합심해 국내 의료기기 공급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대표 단체로 성장했다.


우리 국민이 세계 최고 수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해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이 의료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의 기틀을 세워준 협회 노고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기술 혁신이 가져온 의료 패러다임 전환


최근 의료환경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의료기기산업은 단순한 진료 보조 수단을 넘어, 질병의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암을 비롯한 난치병 조기 발견이 가능해지고, 수술로봇과 정밀 진단 소프트웨어를 통해 치료 결과 예측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우리가 꿈꾸던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가 이제는 일상 의료 서비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산업계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과 더불어 의료현장에서 축적된 의료인들의 방대한 임상 경험과 전문적 판단이 유기적으로 결합됐기에 가능했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은 결국 국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귀결된다. 다만, 기술 진보가 곧바로 의료 질(質)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가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 기술 도입 필수 조건


의료기기는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생명과 직결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최종적인 활용과 판단은 반드시 충분한 의학적 이해와 임상적 숙련도를 갖춘 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 보루이자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기기산업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는 어떠한 경제적 논리나 산업적 이익과도 타협할 수 없는 기본 원칙이다.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관리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하며, 현장에서 이를 운용하는 의료인 전문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사용자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술은 기대 효과를 얻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국민건강에 예기치 못한 위해(危害)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현장 임상 데이터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의료기기가 활용될 때 비로소 기술은 치료 도구로서 그 가치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 협업이 만드는 K-의료기기 미래


이런 측면에서 의료계와 산업계 간 긴밀한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산업계는 기술 혁신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의료계 역시 이런 기술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규제 과학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전문가단체로서 안전하고 신뢰받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의료기기산업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나아가 ‘K-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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