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수준의 접종률을 자랑하지만 정작 노인층의 중증화 및 사망률 감소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으로, 대만·일본 등 주변국은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존 '표준용량' 백신 중심의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나 '고용량·면역증강' 백신을 도입해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정책 연구기관 코딧(CODIT)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정책: 예방 효과 중심 NIP 개편 방안'을 통해 이 같이 제언했다 .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1084만명(21.21%)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약 1084만명(21.21%)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다 .
정부는 NIP를 통해 매년 80% 이상의 높은 노인 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자의 80% 이상이 여전히 고령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효능'에 있다. 현재 국내 NIP에 사용되는 표준용량 백신(SD-QIV)은 면역 노화가 진행된 고령층에서 예방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로 보고서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노인층의 표준용량 백신 예방 효과(VE)는 약 13.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다 .
반면 고용량(HD)이나 면역증강(aQIV) 백신을 우선 권고하는 미국(42~55%), 영국(40~54%), 호주(35~48%) 등은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연구원은 "면역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은 항체 형성 능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NIP는 고령층을 단일 집단으로 전제한 채 백신 유형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일본·대만, 2026년부터 '고용량 백신 NIP' 전격 도입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유사한 인구구조를 가진 주변국들은 이미 정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은 2026년 하반기부터 요양시설 거주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공공 예방접종 체계에 도입한다 . 취약계층부터 우선 순위를 둔 전략적 선택이다 .
일본 역시 2026년 10월부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를 대상으로 NIP에 고용량 백신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
일본 후생과학심의회는 고용량 백신이 표준용량 대비 비용-효과성이 우수하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일축했다.
고용량 백신 도입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보다 중증화 예방을 통해 절감되는 의료비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고용량 백신 도입 후 10년간 최대 46억 달러(한화 약 6조원) 의료비를 절감했으며, 투자 비용 대비 약 214.4% 경제적 이득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
국내 역시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진료비가 50조원을 돌파해 전체 건보 진료비의 44.9%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과 합병증 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건보 재정을 고려할 때, 효과 높은 백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
이미 국내 지방의회 차원에서는 변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와 원주시의회는 최근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 제고를 위해 고용량 백신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
"접종률 집착 버리고 '효과'로 정책 목표 수정"
코딧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NIP 정책 목표를 '접종률 확대'에서 '예방 효과 극대화'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구체적인 실행 과제로는 ▲NIP 내 백신 유형 다양화 ▲고위험 고령층(요양시설 입소자 등) 우선 단계적 도입 ▲중장기 의료비 절감 효과를 반영한 재정 판단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
연구원은 "고용량 백신은 특정 계층을 위한 고급재가 아니라 면역이 저하된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예방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서 인플루엔자 대응은 보건의료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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