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불법 의료광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율심의기구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의료기관 자율정화 기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조사 결과, 위법 의심 의료광고가 1만건을 넘어서는 등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법안 논의가 의료계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거쳐 정리된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백 의원이 발의한 핵심은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 권한 강화다.
심의기구가 디지털 플랫폼(유튜브, SNS, 어플리케이션 등)을 모니터링해 위법 소지가 있는 광고를 발견할 경우, 복지부 장관에게 삭제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플랫폼 운영자는 삭제된 광고가 재게시될 경우 즉시 삭제 조치해야 하며, 복지부는 이에 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지 공감하지만 행정권 없는 심의기구 '위법 판단' 무리"
국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자율심의기구 중심 사전심의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터넷 광고 모니터링 체계와 국민신고 시스템 한계, 세부 가이드라인 부족 등으로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협은 "인터넷 매체 발달로 급증하는 불법 의료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광고문화를 조성한다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유권해석 권한이 없는 민간 자율심의기구가 법령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것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광고 위법성 판단은 원칙적으로 행정기관 몫"이라며 "또한 사전심의 대상인지 여부조차 모호한 수많은 신생 플랫폼을 자율심의기구가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막대한 행정적·비용적 부담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심의기구의 역할 확대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 마련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처벌 위주'의 정책보다는 '계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단순 법령 미숙지나 실수로 적발된 경우, 무조건적인 삭제나 행정처분에 앞서 소명 기회나 유예기간을 주는 '자구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단계적 규제 장치 없이 의료기관 생존권을 위협하는 과도한 처분은 의료인단체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NECA 실태조사, '규제 사각지대' 위험수위
의협이 우려와 함께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실제로 위험 수위에 도달한 온라인 불법 의료광고 실태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의료광고 관리방안 연구' 및 모니터링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된 위법 의심 의료광고는 총 1만666건에 달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 중 87% 이상이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였다는 점이다. 현행 자율심의제도가 방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인식 부재도 심각했다. NECA 조사 결과 위법 의료광고 신고 방법을 알고 있는 국민은 7.0%에 불과했으며, 정부의 관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57.3%로 과반을 넘었다.
해외의 경우 호주는 보건전문직규제청(AHPRA)이 전담 조직을 꾸려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위반 시 면허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각 직역별 협회 자율심의기구에 의존하고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광고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불법광고 차단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의협 주장대로 민간 기구에 공권력에 준하는 의무만 지우고 지원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심의기구 지원책과 의료기관 소명 절차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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