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심사 기준이 강화될 때마다 한방 분야에서 새로운 비급여 항목 진료가 급증하거나 진료 강도를 높이는 식의 이른바 ‘풍선효과’가 반복돼 묶음수가제 도입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증질환 묶음수가제 도입 필요…진료비 절감 포함 제도의 총 사회적 편익 '1조원'
더불어 현재 국토교통부 중심인 자동차보험 관리 체계를 개편, 인적 손해(의료) 영역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토록 이원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홍석철 교수)는 심평원 위탁 연구인 ‘자동차보험 위탁심사사업 효과평가 및 운영방안 개선 연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7월 심평원 위탁심사제도 도입 후 2024년 8월까지 발생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억제 규모는 약 7309억원(적정 추계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심평원이 심사를 맡지 않고 민간보험사가 심사를 지속했을 경우와 비교해 산출한 의료자원 배분 효율성 개선 효과다.
여기에 사전 예방 및 사후 관리 활동을 통한 절감액까지 포함하면 제도의 총 사회적 편익은 약 1조 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투입된 운영비용을 제외하고도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 Ratio)이 6.38에 달해 제도의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2022년 시행된 ‘염좌 및 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 인정기준 강화’ 조치는 약 1985억원 편익을 발생시키며 불필요한 입원을 억제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잡히지 않는 한방 진료비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의과를 중심으로 한 진료비 증가세와 규제 회피 행태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 다른 비급여 항목을 늘리거나 진료 패턴을 바꾸는 방식의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관측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수가가 신설돼 가격이 통제되자, 추나요법과 약침술, 첩약 등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가 급증하며 전체 진료비 억제 효과가 상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2022년 경상환자 입원료 심사가 강화되자 한방병원 입원 기간은 줄었지만, 입원 1일당 진료비(진료 강도)는 오히려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입원 기간이 짧아진 대신 입원일당 진료비가 증가하는 등 강도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첩약·약침 관리 기준 강화 조치 이후에는 ‘처방 쪼개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첩약 처방 일수를 1회 최대 10일에서 7일로 제한하자 제도 시행 직후에는 진료비가 감소했으나 곧 이어 청구 건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2024년 8월 기준 진료비가 제도 도입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자보 경상환자 진료비, 건보 3.5배”
자동차보험 환자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 문제도 수치로 입증됐다.
동일한 경증 경추 질환(염좌 등) 환자를 비교했을 때, 자동차보험 환자 진료비는 건강보험 환자보다 약 3.5배, 또 사고 후 3개월 간 자동차보험 환자는 건강보험 환자보다 병원을 3.73일 더 많이 방문했고, 내원 1일당 진료비도 약 3만원 더 많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의료 효과가 불분명한 경증환자 다빈도 진료(한방 물리요법, 첩약 등)에 대한 이용량 기준을 제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증 다빈도 상병에 대한 ‘묶음수가제(Bundled Payment)’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철 교수팀은 “자동차보험은 본인부담금이 없어 과잉 진료 유인이 구조적으로 높다”며 “심평원의 심사 권한을 명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진료 수가 및 심사 기준을 건강보험과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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