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2] 대형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의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이제 전국 병원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진단보조를 넘어 예측, 조기선별, 예후관리, 원격 모니터링, 의료기기 실증까지 적용 범위가 환자 전(全) 주기로 확대되면서 의료 AI는 더 이상 연구 대상이 아닌 ‘현장 인프라’로 자리잡는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과거 단일 기관 중심 기술 검증을 넘어 다기관 임상 실증과 국가 전략 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른 변화다.
이대목동병원은 최근 개원 32주년을 맞아 AI 기반 정밀의료와 임상보조시스템 구축을 병원 중장기 핵심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AI 기반 환자 맞춤형 진료 구현과 의료진과 AI 협업 구조 정착, 스마트병원 인프라 고도화를 통해 진료 효율성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여성암병원, 비뇨기병원, 혈액암병원 등 3개 특성화병원 체계를 이미 구축했다. 현재 중환자 중심 병원 구조전환 사업에도 선정돼 고난도 진료 영역에 AI 기반 진료 체계를 단계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병동 운영 전반에 AI와 IoT를 결합한 스마트 병동 실증을 적용하며 병원 내 생활환경 전반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B관 14층에 스마트 VIP 병동을 개설하고 삼성전자 AI 기반 B2B 솔루션 ‘SmartThings Pro’를 전 병실에 도입했다.
환자는 병실 내 태블릿으로 조명, 온도, 커튼, TV를 직접 제어할 수 있고, 재실 감지 센서와 안전 센서를 통해 야간 낙상과 응급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체계도 구축됐다.
강북삼성병원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150만명 페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AI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유전체, 환경, 생활습관 데이터를 통합해 비만, 대사성 간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주요 만성질환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AI 기반 초개인화 건강관리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의료 AI 임상 실증 병원 역할을 본격화하며 국가 전략형 AI 사업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해 루닛 컨소시엄 의료기관 파트너로서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 검증과 의료 현장 실증을 지원한다.
분자·신약 개발부터 임상·실세계 데이터까지 이어지는 의과학 특화 AI 모델 개발 전주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건양대병원은 동시에 폐암 진단 AI 솔루션 ‘LuCAS-plus’를 임상 현장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흉부 CT 영상에서 폐결절과 주요 이상 소견을 자동 분석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을 지원하는 AI 보조 소프트웨어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지정돼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병원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AI 기반 폐암 조기 진단 체계를 진료 현장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역시 AI 기반 신약개발과 정밀진단 영역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임상 데이터 생성·통합·표준화,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공동 연구, 임상시험 협력을 추진 중이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뱅킹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AI 분석 플랫폼과 연계해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발굴과 정밀진단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건강검진 영역에 AI 기반 영상 분석을 본격 도입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건강증진센터는 흉부 X-ray 영상에서 상행·하행 대동맥 최대 직경을 자동 측정해 대동맥 확장과 대동맥류를 조기에 탐지하는 AI 분석 프로그램 ‘DeepCatch X’를 도입했다.
기존 단순 영상 판독 대비 판독 시간이 줄었고, 객관적 수치 기반 리포트 제공이 가능해져 고혈압, 흡연력, 가족력 등 심혈관 고위험군 중심 정밀 검진 체계가 강화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경기도와 협력해 도내 AI 의료기기 기업의 임상 실증과 상용화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웨어러블 기반 신체기능 평가 솔루션, AI 기반 환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등이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돼 제품 상용화와 투자 유치 성과로 이어졌다. 병원은 의료데이터와 임상 전문가 인프라를 결합해 AI 의료기기 상용화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반 AI 실증도 임상 현장으로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 혈당 변화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인공지능 모델 ‘DA-CMTL’을 개발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공동 연구팀(박성민 교수, 황민주 석사 연구원 등)은 연속혈당측정기에서 5분 단위로 측정되는 혈당 데이터와 인슐린 주입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 혈당 예측과 저혈당 발생 가능성을 동시에 산출하는 모델을 구현했다.
지속 학습, 다중 작업 학습, 가상-현실 전이 기술을 결합해 환자 간 특성 차이가 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예측을 확보했으며, 인공췌장 시스템 적용 실험에서도 안정적인 제어 효과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평균제곱근오차(RMSE)는 14.01mg/dL로 기존 기술 대비 5.12mg/dL 개선됐다.
신경계 질환 영역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허원도·김대수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 이창준 단장 공동 연구팀이 인공지능과 광유전학을 접목해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동물모델에서 입증했다.
제1저자인 현보배 박사후연구원은 AI 기반 3차원 행동 분석을 통해 생쥐의 보행, 사지 움직임, 떨림 등 340여 개 행동 지표를 정량화한 ‘파킨슨 행동지수’를 개발했다.
이 지수는 발병 2주차부터 기존 검사보다 민감하게 질환 진행을 구분했으며, ALS 생쥐 모델과 비교 실험에서도 파킨슨병 특이적 지표임이 확인됐다.
여기에 광유전학 치료를 병행하자 보행과 떨림 증상이 개선되고 도파민 신경세포 보존 효과도 동시에 나타났다.
치료제 용량 결정 영역에서도 AI 기반 정밀의료 성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김준영 교수와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고태훈 교수, 이강혁 박사 연구팀은 소아청소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제 ‘메티마졸’의 최적 용량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다기관 검증을 완료했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건양대학교병원 등 3개 기관 환자 데이터 2209건을 활용했다.
선형회귀, 의사결정나무, 서포트 벡터 회귀, XGBoost, 피드포워드 신경망 등 다양한 기계학습 모델을 비교한 결과 XGBoost 모델이 외부 검증에서 평균 절대 오차(MAE) 1.08mg으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는 메티마졸 최소 투약 단위 5mg의 약 1/5 수준에 해당하는 오차다.
병원계의 이 같은 변화는 AI가 더 이상 일부 대형병원 실험적 시도를 넘어 실제 진료 흐름 전반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상 연구, 의료기기 실증, 병원 운영 시스템, 국가 전략 사업, 민간 AI기업 협업까지 다층 구조가 전국 단위로 연결되며 병원계는 이미 ‘의료 AI 실증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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