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시장에서 P-CAB 계열 약물을 둘러싼 삼파전이 본격화됐다.
위식도역류질환과 위염, 위궤양 등 다양한 위장관 질환 치료에 있어 기존 PPI 계열을 대체할 차세대 치료제로 급부상한 P-CAB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제약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HK이노엔, '케이캡' 글로벌 진축 가속화…미국 진출도 청신호
국내 선두주자는 HK이노엔이다. 지난 2019년 최초로 P-CAB 신약인 '케이캡'을 출시해 2024년 총 1969억 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케이캡은 현재까지 총 5개 적응증(위식도역류질환, 위염, 소화성 궤양, NSAID 유발 궤양 예방 등)을 확보하며 국내 P-CAB 제품 중 가장 광범위한 효능 범위를 갖췄다.
특히 HK이노엔은 국내 점유율 수성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타부크 제약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10개국 대상 케이캡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지난달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모로코, 예멘,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6개국에 케이캡 완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케이캡은 한국을 제외하고 해외 총 53개국에 진출하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가 미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톱라인(주요 결과)을 발표하는 등 북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경쟁약 특허가 연장돼 미국 신약 출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내년 현지 진출 및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 '펙수클루' 임상 데이터로 신뢰 확보
대웅제약은 2022년 자체 개발한 P-CAB 계열 신약 '펙수클루'를 출시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케이캡 대비 출시 시점은 늦었지만 출시 3년 차인 지난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적응증 확대와 임상 데이터 확보를 중심으로 치밀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펙수프라잔에 대해 위염 적응증을 새로 획득하며, 기존 적응증을 포함해 총 2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아직 위염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한 HK이노엔보다 한발 앞선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대웅제약은 지난달 열린 '2025 소화기질환 주간(DDW 2025)'에서 펙수클루와 관련한 총 5건의 신규 데이터를 발표하며, 국내 P-CAB 계열 치료제로서는 가장 많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신규 연구로는 ▲NSAIDs 유발 소화성궤양 예방 효과 입증 연구 ▲인도 환자 대상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E) 치료에 대한 3상 연구 ▲알츠하이머 관련 저위험 기전 연구 ▲야간 위산 분비 증상 개선 평가 연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ylori) 유래 위염 모델에서의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 연구가 소개됐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펙수클루를 인도에 출시하며 세계 4위 항궤양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도 출시로 한국,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필리핀 등 6개국에서 판매하게 됐으며, 이 외에도 19개국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5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해 총 3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대웅제약은 2027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발주자 제일약품, 적응증 추가 기반 추격 본격화
지난해 4월 국산 37호 신약으로 허가 받아 같은 해 10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후발주자 제일약품은 17일 자큐보에 대해 위궤양 적응증을 추가 확보하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국내에 출시된 P-CAB 제제 중 위궤양 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자큐보가 두 번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2024년 4분기 33억 원, 2025년 1분기 67억 원의 처방이 되면서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처방 100억 원을 달성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100여 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활발히 처방되고 있으며, 이번 위궤양 적응증 추가 승인으로 자큐보정 성장세는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위궤양 시장성이 큰 중국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