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엑소좀 개발업체→미국·호주로 떠난다
김종원 단장 "까다로운 심사 과정 등 신약 개발 지체, 식약처 적극 행정 필요"
2024.04.24 07:12 댓글쓰기



신약 개발 유망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엑소좀'. 그런데 국내 개발업체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허가는 물론 임상 승인조차 받기 어려워 신약 개발이 지체되는 탓이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23일 충청북도 C&V센터에서 식약처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엑소좀 치료제 관련 중개연구 및 개발 지원 과정에서 애로사항과 발전 방향 등을 밝혔다. 


엑소좀은 세포 간 정보교환을 위해 모든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주머니 모양의 입자다. 주머니 안에는 단백질, 지질, 핵산 등 다양한 물질들이 들어 있다. 


이들은 세포유래물질로 생체 안전성 및 적합성이 뛰어나 약물전달체, 질병진단검사, 치료제 등 다양한 활용이 전망되고 있다. 


김종원 규제과학지원단장은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26년까지 32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허가 받은 치료제가 하나도 없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송재단은 엑소좀을 활용한 혁신 신약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임상승인 및 품목허가 과정을 지원하고 제품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엑소좀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일리아스는 호주, 브렉소젠은 미국에서 임상 진행"


실제 재단이 지원했던 일리아스바이오는 2022년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임상 1상에 착수, 완료했다. 브렉소젠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엑소스템텍은 2022년 식약처에 임상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국제조화로 인해 업체가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심사는 더 까다롭다는 평이다. 


이에 산업계의 불만이 상당하다. 심사 허들이 높을수록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더 증가하고, 시장 선점도 해외 기업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약처가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황우석 사건, 인보사 사건 등을 겪으면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자'는 방어적인 태도를 장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종원 단장은 "호주의 경우 임상 승인은 '안전성'만, 허가 승인은 '효과'만 집중적으로 평가해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 FDA는 원칙적으로 국내 식약처와 비슷한 자료를 심사하지만, 동일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국내 식약처에서 반드시 임상을 승인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가 임상까지 까다롭게 심사하는 이유는 황우석 사태부터 인보사 사건까지 겪으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개발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아닌 심사를 제대로 안 했다며 책임을 묻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실제 담당 심사위원이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적극 행정이 없다면 태동기에 가까운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도전하기 어렵다. 과학적 근거와 자료에 기반하되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예로 엑소좀 관련 시험법 하나를 정립하고 실험하는 과정에 수십억원, 길게는 1년 상당의 시간이 걸린다"며 "기존 심사체계에 맞는 자료를 완결성있게 갖추길 요구한다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정적 상황이 좋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바이오벤처는 도전하기 쉽지 않다"며 "이에 식약처가 임상의 경우 전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해외 규제기관처럼 식약처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도록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