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 역량 절대 부족 '군(軍)의료'
공공병원과 역할 분담·민간병원 협력체계 구축 등 해법 모색 절실
2023.11.27 16:06 댓글쓰기



[기획 ③] 군(軍)의료 전문가들은 불신과 불만이 쌓여가는 군의료 개혁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존하는 모든 군병원 운영을 고집하는 대신 우수한 몇몇 병원에 인력과 시설 등을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과감하게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는 “2019년 국회 군의료특별위원회 활동 중 여러 군 병원을 방문했는데 장비나 인력 등이 열악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의료는 의사와 장비, 시설 모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군병원은 트라우마나 급성 질환 등에 집중하고 암이나 다른 질병은 민간병원에 위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역할이 모호한 병원은 과감히 정리하고 국군수도병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 집중 투자한다면 의료 질(質) 개선에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김지연 복지부 공공의료과장도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군의료는 무한 투자가 불가하다”며 “한정된 자원 아래 필요한 부분만 취하고 그 외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부 방안으로는 군병원 규모별 역할 정립을 명확히 하고 원활한 이송체계를 구축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군 의료인력난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개혁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군의관으로 의대생들의 군복무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보의에 의존하는 공공의료는 명맥을 잃고 있어 과감하게 군의관 체제로 통폐합해야 한다”며 “공보의 빈자리는 은퇴한 시니어 의사 등 민간영역에서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병원-공공병원’ 공조…윈윈(Win-win) 기대


군병원과 공공병원이 서로 공조체계를 구축해 서로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부분의 군병원은 격오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공공병원과 역할 분담을 통해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군병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지역 내에서 특화시키고 공공의료 허약성을 보강하는 방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병원이 취약한 외과수술이나 응급의료 등을 군병원이 담당한다면 서로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대현 전(前) 학장 또한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는 군의관 보상을 강화하고 공공의료 기능까지 담당하게 하는 시스템 전환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장비나 인력 등 자원이 문제인 만큼 취약지 군병원은 공공병원과 의사를 공유하는 등 방안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전시(戰時)’ 대비 민간병원과 협력체계 구축


우리나라는 유일한 정전 중인 분단국가로 전쟁의 위험성 상존한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발생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는 위기감을 더한다.


국내 의료체계는 공공의료가 취약하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을 시 군의료와 민간의료의 긴밀한 소통 및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시는 커녕 평시에도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연세의대 유대현 전(前) 학장은 “우리나라 군의료는 전시를 감당할 역량이 안 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민간에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은 전혀 대비가 안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병원은 전쟁 발생시 환자 이송과 수용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준비단계부터 민간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복지부 공공의료과장 또한 “현재로서는 전시상황뿐 아니라 평시에도 군의료와 민간의료체계 협력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인이 훈련 중 부상을 당했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민간병원과의 소통도 체계적이지 않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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