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두고 의료계 '이견' 감지
종별·직역별 입장차 기류…"1000명대 증원은 모두 반대"
2023.10.23 13:01 댓글쓰기

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찬반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종별, 직역에 따라 입장차가 나뉘는 것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온도차가 있는 모습이다. 


우선 의대생과 전공의,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격분하며 반대하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 등 현재 의료체계가 가진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배분 문제라며 잘못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개원가 역시 정부 정책에 분개하고 있다. 각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해 가정의학과의사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각 의료단체들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료계 대표자 긴급회의에서 "요즘 의대생, 전공의는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민원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젊은 의사들이 쓴 성토의 글이 줄잇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강행한다면, 젊은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020년 때 벌어졌던 파업처럼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의사라고 해서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병원 교수와 병원 경영진은 분위기 상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못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장은 "지금 전공의가 너무 부족하고, 모집을 한다고 해도 지원이 많지 않다"며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것도 한계가 있는 데다 이들 대다수가 은퇴 연령이라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내외산소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도 이러한데 지방 대학병원은 더 심각하지 않겠냐. 어느 정도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솔직히 인턴, 전공의 부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5년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라며 "인력 풀을 좀더 확충해준다면 숨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지만,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의대 정원 확대 인원이 1000명 정도로 늘어나는 데는 모두 반대했다. 


인천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저는 정년이 지났는데 병원에서 인력이 없다고 부탁해 아직 근무하고 있다"며 "인턴, 전공의 모두 부족한 지경이라 인원을 좀더 확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1000명을 넘어 4000명까지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그렇게 많은 인원을 교육할 교수가 부족하고 환경도 안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제대로 교육 받은 의료진을 어느 정도 늘릴지 의료계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협의해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도 소재 대학병원 교수도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필요한데, 얼마나 더 뽑을지에 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투입되는 비용과 교수 인력, 시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도 카데바 하나를 놓고 학생 여러 명이 둘러싸 참관하는 방식으로 실습수업이 이뤄진다"며 "그런데 1000명이 갑자기 늘면 그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궁금하다. 서남의대처럼 부실 의대가 다수 양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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