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는 금년 7월 11일 보건복지부 연구 승인을 받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나섰다.
2009년 이후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멈춰 있던 국내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가 재개된 것이다.
차의과학대학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체세포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이를 시신경 손상과 뇌졸중, 골연골 형성 이상 등의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줄기세포인 공용 줄기세포의 허브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규제가 많아 가시적 연구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중요성
줄기세포(Stem Cell)는 기원한다는 뜻의 ‘Stem’에서 유래했다. 한 개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다중분화능력을 가진 세포로 손상 받은 신체 부위 세포들을 재생할 수 있다.
현재 줄기세포는 불치병이나 만성질환들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 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유전적 이상 질환들에는 실제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마땅한 의학적 수단이 없는 퇴행성질환이나 심한 외상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돼 왔다.
줄기세포에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조직 중 배반포라는 조직에서 얻어지는 줄기세포로서 신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수정란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세포 치료에 사용하려면 세포의 핵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교체하는 핵치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우리 몸의 다양한 장기에 존재하면서 신체가 손상됐을 때 재생작용을 하는 세포로 대표적으로 골수, 탯줄 등에 있는 조혈줄기세포, 중간엽기질세포 등이 있다.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는 성인의 피부나 혈액 등 이미 어른이 된 자기 자신의 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미분화 상태 세포로 역분화시켜서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동등한 구조다.
이 중 배아줄기세포는 성인 신체를 구성하는 200여개 이상의 세포 형태로 적절한 자극에 의해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그 사용에 있어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서로 다른 많은 형태의 세포들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분화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신호 메커니즘과 그 메커니즘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식 거부 반응을 피하면서 사용 가능한 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분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도전 과제로 놓여 있다.
윤리와 규제에 막힌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그러나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사용 문제는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포배 단계의 배아가 파괴된다는 점 때문에 윤리적으로 매우 심각한 논란을 야기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필요성에 대해선 줄기세포 학계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여러 세포치료법 중 하나며 발생 과정 전체를 연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생명윤리 논란을 감수하면서 연구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 자란 세포를 거꾸로 되돌리면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데 굳이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수정란 상태의 착상 전 인간 배아도 인간이라고 여기며 생명을 파괴하는 줄기세포연구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여긴다.
현재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에 의한 논란으로 인해 일부 국가들에 따라 그 사용과 금지가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체세포 복제 연구에 사용 가능한 난자는 ‘불임 시술 후 남아서 얼려둔 난자나 폐기될 난자’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복지부 허가를 받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얼린 난자 500개와 미성숙 난자 100개만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연구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데 난자 사용 제한이 큰 국내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A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는 “냉동 난자를 사용하면 줄기세포 성공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승인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어지겠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 요구로 2015년 생명윤리법이 일부 개정 됐으나 배아줄기세포 관련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소속 A 의원에게 법 개정에 대해 물었더니 “아직 논의된 사항은 없다”라고 전해 당분간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신선한 난자를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병원 연구소, 지원 많고 규제 덜한 미국으로
2005년 차병원은 미국 LA에 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했다. 2007년에는 차병원 미국 재생의학연구소(CHA-RMI)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비 약 24억원(255만 달러) 지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州) 정부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746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지원 대상 에 비(非) 미국계 연구소로는 유일하게 차병원 연구소가 포함된 것이다.
국내 차병원 그룹은 정부로부터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해 오던 중 2009년 황우석 사건 등의 여파로 연구를 종료했다.
가장 활발하게 체세포 복제를 시도해 온 차병원이 국내 연구를 종료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
차병원은 이후 얼리지 않은 신선한 난자를 기증받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으로 연구의 근거지를 옮겨 제약 없이 연구를 지속했다.
이동률 줄기세포연구소장은 “얼려둔 난자 40~50개로 체세포 복제를 시도해봤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건강한 여성에게 난자를 기증 받을 길이 막혀 있어 국내에서는 연구를 접고 미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시험관 수정 후 남은 잉여 난자의 연구용 활용을 허용하는 난자 공유제도(에그 셰어링)을 도입해 연구에 필요한 신선한 난자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2014년에는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데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차병원 그룹은 2015년 체세포 복제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는데도 성공했다. 이동률 교수와 정영기 교수팀은 체세포 복제 배아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소와 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밝혀내 1~2% 정도에 불과하던 체세포 복제 배아 생성률을 7%대로 향상시켰다.
이 교수는 “줄기세포는 불임, 난임, 희귀병 치료 등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 많은 사람에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이 목표”라며 줄기세포 연구 재개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