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내년,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5년 10월 말, 차병원그룹 차광렬 총괄회장이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약 6개월여 만에 다시금 차 회장의 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연 그의 공언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박상은 샘병원장)가 최근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박사팀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을 심의, 조건부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이번 연구계획을 최종 승인할지가 관건이다. 지난 2009년 차병원의 연구가 승인된 이후 7년 만이다.
복지부의 승인으로 연구가 가능해질 경우 10여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주춤했던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연구가 다시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차병원이 제출한 이번 연구는 시신경 손상, 뇌졸중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를 생산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동률 교수[사진]는 “이번 임상연구가 승인되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맞춰 연구를 추진할 게획"이라며 "그동안 앞선 연구의 경우 성공률을 확보하거나 가능성을 높이는데 집중됐다면 이번 연구는 실용화에 목표를 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세포복제줄기세포란, 성인의 체세포를 난자와 결합해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초기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으로,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로 직접 치료제를 만들어 사용해 난치병 등 치료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의 확립은 어려웠다. 전세계적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 생성을 성공시킨 곳은 차병원을 포함 3곳에 불과하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는 지난 2014년 체세포복제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시켰다. 75세와 45세의 성인 남성에게서 얻은 체세포를 사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내 성인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에는 1~2%대에 그치는 낮은 체세포 복제 성공률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는데 집중했다.
마침내 차병원 이동률(한국)·정영기 교수(미국)팀과 하버드대 이장 교수팀은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생성을 저해하는 난자에 ‘후성학적 요인’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이를 극복하는 인자를 도입해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의 성공률을 증진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체세포 복제 성공률을 7.1%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시험관 아기에 냉동난자를 사용했던 초기 임신 성공률이 5%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임상에 적용 가능한 단계라는 평가다.

이는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의 실용성을 높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차광렬 회장도 “차바이오텍과 함께 이미 배아줄기세포주에서 유래한 노인성 망막변성 치료제에 대한 기술이 확보돼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차병원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은 최근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스타가르트병 줄기세포 치료제 ‘MA09-hRPE’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동률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 확보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는 실질적으로 망막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공여된 체세포를 이용해 제작된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다. 이후 이를 망막상피세포로 분화 연구를 진행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배아줄기세포주에서 유래한 노인성 망막변성 치료제 기술이 확보된 만큼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를 이용한 치료제를 만드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임상연구가 가능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원회는 차병원의 이번 연구에 대해 ‘난자와 체세포 획득 적법성’, ‘인간 복제가능성에 대한 감시체계 마련’ 등을 보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