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0여 개국에서 안전하게 처방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한국에서 쓰기 어렵다. 임신 중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유산유도제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홍빛연대 차차 등 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의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림에 따라 낙태죄는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후 임신중지 관련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인과 시민단체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하고나섰다. 실제 금년 들어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및 도입과 관련한 세 건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 5월 4일 약사 172인, 6월 21일 의사 59인, 6월 26일 시민 1625명 등 총 1856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세 건 모두 지정 요청을 반려하며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이서영 의사는 "복붙한 듯한 답변 내용의 요지는 '유관부서간 협의'가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반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탁상공론식 답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대상에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이 포함된다"며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보건의료인들도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면,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은솔 약사도 "약사들도 유산유도제 국가 필수의약품 지정 요청 민원을 넣었다"며 "하지만 전문의 진단에 따른 처방전이나 긴급도입이 필요한 사유 등 타당한 근거가 요구된다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필수의약품 센터를 통한 유산유도제 신속 도입 요청을 반대한 것"이라며 "WHO는 임신중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 약사는 "여성들은 미프진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핵심 방법의 하나로 안내한다"며 "그러나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를 앞세우며 손을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유산유도 의약품 허가 전무…"필수의약품 지정은 절차대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