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국립암센터 국감 분위기 '상반'
자질 논란 빚어진 회장·기관 입장 대변 원장 '다른 자세' 눈길
2018.10.23 06: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기자/국정감사]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질의에 답하는 피감기관장 두 명의 상반된 자세가 눈길을 끌었다.
 

성희롱 발언‧황제 의전 등 개인의 자질문제를 옹호하는데 급급했던 대한적십자사 수장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조직원들이 받는 오해를 적극 해명한 국립암센터 수장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는 ‘성희롱 발언’과 ‘고가 차량교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사진 右]의 자질 논란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 회장을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감장은 정책국감이 아닌 피감기관장의 답변 태도 등을 꾸짖는 자리가 됐고 무엇보다 기회 및 시간이 낭비됐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먼저 박경서 회장의 성희롱 발언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적십자사 회장으로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후 팀장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후 답장을 보내지 않은 이들을 따로 불러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띄웠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은 “진정한 사과로 보이지 않는다. 사과 앞에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불쾌감을 느꼈다면’이라는 전제를 왜 붙이느냐”면서 “권위의식과 왜곡되고 삐뚤어진 의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적십자사 회장으로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경서 회장은 “진정으로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거듭 낮추는 듯 했으나 “내부 고발자를 만나보겠다”며 “제보자를 알려달라”고 요구, 여야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불쾌감을 피력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계속 말하고 토를 달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것”이라며 “오늘 사과 내용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질책에 대해 엄중히 생각하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업무추진비와 활동비 명목으로 1년에 1억3000만원 가까이 받았다는 주장과, 제네시스 G80이던 전용 차량을 위약금을 물고 ‘EQ900’으로 업그레이드 한 사실이 논란이 되며 ‘황제 의전’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 회장은 “EQ900이 뭔지도 모른다. 평생 차를 갖고 으스대며 살지 않았다”며 차량 교체에 본인 의사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업무추진비 등에 대해선 “근거 없는 잘못된 뉴스로 은행으로 582만원을 받는 봉급 외에는 전혀 돈을 받은 게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사진 左]의 자질을 언급하는 의원은 없었다. 유방암 치료와 연구의 권위자로 설립 초기 구성원으로 참여, 연구소장, 융합기술연구부장, 면역세포치료사업단장, 암의생명과학과 교수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던 덕분이다.


의료기기 회사 직원의 빈번한 수술실 출입과 대리수술 우려가 ‘핫 이슈’로 부각된 이날 국정감사 답변에서도 이 원장의 국립암센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비춰졌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암센터의 ‘2018년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을 분석,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하루에 한 명 꼴로 출입한 사실과 대리수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사전에 양해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의료기기 업체 직원들이 있어서 수술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는 암센터 수술실 관계자의 말을 언급, 외부인의 잦은 방문 통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은숙 원장은 “업체 영업사원이 출입했다고 해서 실제 수술이 이뤄지는 곳까지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며 “암센터 수술실은 환자가 들어가는 청결구역과 참관구역으로 나눠져 업체 직원이 수술장 안에 들어가는 경우는 제로에 가깝다”고 입장을 전했다.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원장은 “이곳은 새로운 수술법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아 의료기기업체 뿐만 아니라 외부 의료진의 관심도 높지만 모든 수술실에 CC카메라가 설치된 암센터에서 대리수술은 말이 안 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부 의원의 질의에선 암 전문기관으로 국민적 신뢰와 명성을 쌓아왔지만 열악한 처우와 중추 인력의 이직이 잦아진 국립암센터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립암센터는 현재도 종합병원 수준의 높은 등급과 평가를 받고 있는 기관”이라며 “인력, 사업 등 현재 우려되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발빠른 준비와 개선으로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도약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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