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학·포퓰리즘 판결→필수의료 초토화"
성토 쏟아진 국회토론회…醫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촉구
2023.09.12 12:31 댓글쓰기

최근 행정·사법적 판단에 대한 의료계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진단을 놓친 전공의에 징역형이 내려지고 응급실 뺑뺑이 사건 여파로 전공의가 기소되고,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 10억원대 배상을 주문하고, 한의사의 초음파·뇌파계 기기사용을 허용한 게 발단이다.


법봉과 대중을 잣대로 의학을 판단하는 이른바 ‘사법의학’, ‘포퓰리즘적 판결’과 제도가 필수의료 붕괴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의협)가 주관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필수의료 기피 사유는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 부담 등이 꼽히는데 이날은 법적 책임과 관련한 성토가 쏟아졌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오랜 기간 의료가치를 왜곡한 심평의학, 치료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들을 형사처벌하는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의학, 자극적 저널리즘에 기댄 비평의학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구속됐고, 응급의학과 전공의도 응급실 표류사고 및 오진에 대한 제재를 받으면서 이미 해당 과들은 법적 안전장치에 대한 인식이 무너졌다. 


더구나 오는 25일 수술실 CCTV 설치도 예고돼 있다. 이에 대해 우봉식 원장은 “의사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범죄 피의자보다 못하며, 이제는 당연하게 의학적 판단까지 처벌한다”며 “외과까지 곧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 원장은 “의료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형적인 사법 포퓰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필수의료 뿐 아니라 특히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허용한 것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힐난했다. 


판결에 앞서 의료과오가 과도하게 형벌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의료사고 분쟁이 애매한 이른바 ‘회색지대’에 있는 사안들도 일단 법원으로 보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거나 합리적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민사적 배상을 얻기 위해 의사에게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행 의료사고 해결제도가 불완전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분쟁 발생 시 소송 등 개개인에 의한 개별적 방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 구축, ‘필수의료 처리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전 법제이사는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환자 사상의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청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 의료진, 기소 두려움 속 이탈 증가 


붕괴가 현실화된 소아청소년과 뿐 아니라 다른 기피과 의료진들도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권순찬 대한신경외과학회 필수의료육성위원장은 “신경외과에서도 비응급 질환 분야로 인력이 모두 쏠리고 있다”며 “수가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은 “최근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실형을 받지 않았냐”며 “대동맥 박리 수술 하면 10% 정도가 사망하는데 앞으로 그 칼날이 우리를 향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도 “열악하지만 환자를 살리겠다는 전공의들은 많다. 그러나 점점 우리에 대한 보호가 적어진다는 인상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소 사건으로 인해 기소에 대한 위기의식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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