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등 제도 손질 착수 ‘대리수술’
화두는 처벌 기준으로 면허취소 '쟁점'
2019.01.05 06: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기자/ 기획 4]대리수술은 그간 횡횡하던 과거의 악습이 아니라 지금도 수술방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불편한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부나 국회는 뒤늦게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이 쌓일 때로 쌓여버린 상황 속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본질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의료인에 대한 처벌기준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사에게 영구 면허취소 등 강경한 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기준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생명과 직결된 대리 수술의 위험성과 달리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부산 영도구 소재 정형외과 의원의 경우, 원장이 의료 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고 이로 인해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기까지 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복지부는 해당 의사에 자격 정지 3개월, 병원에 영업 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터져 나왔다. 저격수는 더불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으로 “대리수술에 대한 실질적 처분이 약하다. 특정범죄에 대해서는 면허취소를 영구히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 범죄가 다른 직역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현행 법규에 다른 것으로 국민 정서를 감안한 처벌기준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는 국회에서도 복지부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영구 의사면허 취소가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의료기기회사 직원과 간호조무사의 대리수술이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된 만큼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의료인이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을 때, 해당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김상희 의원은 “현행법은 비도덕적 행위를 한 의료인이 짧은 자격정지 기간만 보내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영구히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도 성범죄나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사상을 초래하게 한 의사에게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을 2~5년으로 늘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냈다.

대리수술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무소속 손금주 의원 등이 입법발의했다. 관련 법령이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과정에서 처벌기준이 명확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도 관련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의 비윤리적 의료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특히 대리수술로 사망 사고까지 낸 경우라면 면허를 쉽게 재교부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들을 폭넓게 참고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의료인 면허취소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의료계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리수술 등 문제가 사회적 공분으로 번졌고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CCTV 설치하면 근본적 해결 가능할까

면허취소 등 강경한 규제가 거론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도 동시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기도 및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여론이 조성되고 있으며 대리수술을 봉쇄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의 첫발은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의료사고와 환자 성희롱, 대리수술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지난 10월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CCTV 시범운영을 시행했다. 

실제 도정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1%가 “도의료원 수술실 CCTV 운영 방안에 찬성한다”고 했으며 ‘CCTV 촬영 동의’에 대해서도 87%가 “동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CCTV 운영 이후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이뤄진 수술은 모두 201건이며, 이 중 54.2%인 109건이 환자 동의 아래 녹화가 이뤄졌다.

경기도는 내년께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 수술실 CCTV 설치를 계획 중이며, 민간영역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암시민연대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 단체연합회와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은 11월 말 국회 앞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해 CCTV 법제화를 요청했다.

환자단체 측은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를 안전하게 수술하도록 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의료인 역시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CCTV 설치는 의료인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에 그 목적이 있고 수사·재판·분쟁조정 등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한다면, 환자·의료인 프라이버시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학회 등은 CCTV와 관련 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환자단체가 CCTV 법제화를 요청할 당시 최대집 의협회장은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인권과 의사들의 직업 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원칙적으로 반대”라는 입장을 표했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돼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방해될 뿐만 아니라 수술 등을 받은 환자와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된다는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정형외과학회도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환자들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연 대한정형외과학회장[사진 左]은 “대리수술도 큰 문제 중 하나 지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발생할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에 대한 문제도 크다”며 “만에 하나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다면 환자들은 그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리수술 문제는 비단 의료기기 영업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행법 상 불법이지만 엄연히 수술방에 존재하는 진료 보조인력 PA(Physician Asistant)도 교통정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 범위까지 논란이 해결돼야 근본적으로 대리수술 고리를 잘라낼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일련의 지적 속에 PA 인력에 제도적 해법을 내놓 겠다고 밝힌 상태다. 2020년 5월 시행될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PA간호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이기일 국장[사진 右]은 “전문간호사에 PA간호사 역할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간호사 범주에 마땅한 분야가 없다면 신설여부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PA와 관련해 의사-간호사 간 직무범위 조율 협의체를 구성해서 조만간 업무범위를 설정할 것”이라는 계획도 언급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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