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해 12월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결과가 발표됐다.
병원 위상 가늠자이기도 한 상종 발표 결과에 병원계는 시끌시끌했다. 4기에서 새롭게 지정된 병원들 중에는 상종 첫 진입인 곳도, 재지정인 곳도 있었다.
이후 지정 반 년, 명실상부 지역 의료계를 지탱하는 주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각 병원의 근황을 살펴봤다.
보건복지부는 제4기(2021∼2023년) 상급종합병원으로 45개 의료기관을 지정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다.
정부는 11개 진료권역별로 ▲인력 ▲시설 ▲장비 ▲진료 ▲교육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3년마다 기관을 지정한다. 유수의 대형 의료기관도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지정된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신규 진입한 병원은 울산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강릉아산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4곳이다.
반면 3기 상급종합병원이었던 고신대병원은 4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기 탈락 아쉬움 딛고 재지정 울산대병원‘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등 시설 확충 속도
울산대병원의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소식은 지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울산대병원은 2기 때 지정됐으나 3기 때 재지정받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 3년간 울산시는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었던 광역시가 됐다. 당시 울산대병원은 기초과목 교수 등 전공의 교육과 관련한 인력 기준이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시설과 장비, 우수한 의료인력을 갖추었는데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주민과 의료계에 더욱 신뢰를 받는 의료서비스로 이번 선정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울산대병원은 절치부심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속적인 인력충원은 물론 중증환자 중심 의료기관으로 역할하기 위한 시설 투자에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및 향후 신종감염병 발생에 대비, 울산시와 선제적으로 중증환자 치료시설 확충을 준비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특수 중환자실을 개소했다. 기저질환 및 중증응급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 시설은 중환자병실 외에도 음압시설이 갖춰진 하이브리드 수술실과 전용 CT실을 구비하는 등 감염병 관리능력과 안전성·편리성·효율을 극대화한 중환자 치료 시스템을 갖췄다.
이후 울산대병원은 해당 시설을 3단계에 걸쳐 확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단계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4병상을 포함해 12병상의 1인실 음압격리병상과 6병상의 일반중환자병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중환자실 전체가 음압시설로 이뤄진 선진국형 중환자실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로 기능한다.
금년 3월에는 2단계에 돌입, 국내 최초로 음압하이브리드 수술실과 음압CT실이 추가 설치됐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환자 이동없이 원스톱으로 한곳에서 방사선 중재 시술과 전통적 수술을 통합해 신속하게 혈관검사 및 치료 혹은 수술을 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이 완비된 1곳이다. 여기에 음압시설까지 완비한 곳은 전국에서 울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최상의 환자관리를 위해 신경외과, 호흡기 및 감염내과 전문의와 중증전담간호사 37명이 근무하며, 감염환자 전용 내시경 장비와 외부에서 중환자실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마련해 감염예방에 만전을 기울였다.
감염병 사태 중 핵심 시설로 기능하고 있는 음압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지난 4월 30일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에 성공했다.
해당 환자는 60대 남성으로 최근 낙상으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됐는데, 입원 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산대병원은 이 환자를 음압하이브리드수술실에서 어긋난 뼈와 관절을 고정하는 수술을 3시간가량 만에 완료했다.
울산대병원병원 측은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경증부터 중증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으며, 일반 환자치료를 위한 병동·이동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 감염 문제로부터 구조적 안전을 확보하고 내원객들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감염병 환자는 물론 일반 중증환자 수술 및 검사에 이상이 없도록 지역 방역 및 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사망’ 불미스런 사건 불구 재지정 성공 이대목동병원, 대대적인 병동 공사
서울 양천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이대목동병원 또한 지난 2기 때 지정됐다가 3기때 명단에서 빠진 병원이다. 당시 ‘신생아 사망사건’이 논란이 되며 연속 지정에 실패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번 상급종합평가에서 이송된 중증환자를 타 병원에 전원하지 않고 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해,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종 재난현장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재난 중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재난거점병원인 점도 한몫했다. 특히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는 중증환자 진료 비율이 강화 적용됐는데, 이대목동병원은 이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기준 병실 4인실 운영 및 음압격리실, 처치실, 세척실 등 시설 개선을 통해 환자만족도를 극대화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병원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대대적인 병동 개선 공사를 통해 올 7월 기존 637개 병상에서 700개 병상으로 병상 수를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쳤다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태 초기부터 선별진료소를 운영했고 이 밖에 호흡기전용 외래진료소 분리, 선별진료소 호흡기병동 등을 운영하며 국민안심병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유경하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 “이대목동병원은 일부 병원만 운영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개원 27년 내내 유지하는 등 수도권 서남부 대표 의료 기관으로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했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계기로 더욱 선도적인 의료 기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두 이대목동병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의 방역과 중증 환자 진료에 매진해준 의료진과 교직원 덕분”이라며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여성암, 방광암, 부정맥, 장기이식을 포함한 중증 질환 연구와 진료에 앞장서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한 응급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대목동병원은 지속적인 시설 확충 소식을 알려왔다. 올해 1월에는 심혈관조영실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확장했다. 첨단 혈관조영촬영장비를 도입해 진단과 시술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며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강원 영동권역 명실상부 최고 강릉아산병원 서울아산 교수들 영입 포함 연구 개발 ‘활발'
강릉아산병원은 이번 4기 지정에서 처음으로 상급종합병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병원 중에선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1996년 개원한 강릉아산병원은 암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심혈관센터, 소화기병센터, 척추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지역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평균 외래환자 2500명, 입원 환자 740명을 소화하며 이 지역 의료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면서 지역 중증환자 치료 인프라도 대폭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평균 2500명의 외래환자가 진료를 위해 강릉아산병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일평균 740명의 입원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 하현권 강릉아산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앞으로 더 나은 환자중심의 진료 환경 시스템 구축과 환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 강릉아산병원이 주목한 것은 양질의 의료진을 충원하는 것이었다. 지정 이후 강릉아산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출신 교수 등 의료진 13명을 영입했다.
강릉아산병원에 합류한 의료진 중에는 뇌혈관 질환 미세수술 치료 분야 권위자로 손꼽히는 신경외과 권병덕 교수와 선천성 소아심장병 분야 명의인 김영휘 교수가 있다.
권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이 개원할 시절부터 함께한 원로 교수 중 한 명이다. 아시아 최초로 감마나이프 시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머리를 절개하지 않는 무혈 뇌수술로 환자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하다.
김 교수는 선천성 소아심장병 분야에서 명의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최연소 소아심장이식술 성공, 서울아산병원 최초의 확장성심근증 환아 소아심장이식 수술 성공 등에 함께하며 최초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를 도입해 중증 암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 역량’을 강화했다.
NGS 검사 도입을 통해 병원은 환자 개인별 암 유전체 정보를 정밀히 분석해 암을 일으키는 유전정보의 세부진단과 각각의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제 선택 및 위험도 평가, 그리고 예후 예측 등이 가능해졌다.
특히 강릉아산병원은 PGM(Personal Genome Machine) NGS 검사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두 곳 의료기관에서만 도입중인 이 장비는 비소세포폐암 관련 23개 유전자 369개 변이를 동시 분석, 발견된 유전자변이에 따라 바로 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동반진단에 특화된 장비다.
이 밖에 수백 개 유전자의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 ION S5도 도입했다 이 장비는 환자 진단과 치료 및 예후 예측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종양 돌연변이 부담(tumor mutation burden, TMB)과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 분석까지 가능하다.
하현권 강릉아산병원장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은 과학적인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환자 맞춤치료와의 직접적인 연계성과 유용성, 중요도가 더욱 증대돼 향후 지역 암환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맞춤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상급종합병원 이름 올림 삼성창원병원 창원시는 물론 동남권 의료수준 향상 선도
삼성창원병원도 이번 4기에서 처음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됐다.
삼성창원병원은 경남 창원시의 대표적인 중추 의료기관이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역 내에서 상급종합병원급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온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시도했던 삼성창원병원은 암과 같은 중증질환과 심장, 뇌졸중과 같은 응급질환의 적정성 평가에서 수년간 1등급을 받으며 착실히 역량을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로봇수술센터, 위암센터, 유방·갑상선암센터를 신설,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시스템을 확대하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4기 상급종합병원지정에 대해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은 “2016년 새 본관 개원을 통해 우수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며 지역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성과”라며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없던 경남 창원시는 물론 동남권 의료수준 향상을 이끌어가는 대학병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시설 인프라 확충 외에 삼성창원병원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의료진 영입’이다. 병원은 앞서 지난 2018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의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출신 명의를 영입하고 있다.
삼성창원병원은 올해 초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출신 이경수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흉부 영상의학 판독 분야 권위자다. 영상 판독만으로 조기 폐암을 발견하고 재발 여부, 효과적인 수술 및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영상학계 실력자로 꼽힌다.
삼성창원병원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출신 교수들을 다수 영입했다.
신경외과 척추 분야의 어환 교수, 소화기 외과 위암 분야의 김성 교수, 간암·담도암·췌장암 분야의 최성호 교수, 영상의학 중재 시술 분야의 변홍식 교수 등이 삼성창원병원에서 진료 중이다.
이어 삼성창원병원은 지난 3월에는 ‘개원 40주년 비전선포식’을 개최하고 혁신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더욱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특성화 중증’ 분야 의료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암, 심장, 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에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특성화 중증 분야와 관련해선 환자 중심의 프로세스를 갖춘 센터형 진료시스템을 설계한다.
1명의 중증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유관 진료과 의료진이 진단부터 치료, 예후 관리까지 협진하는 이른바 다학제 진료를 실현한다.
4차산업 시대 의료환경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사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의료-IT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고, 환자들의 병원 이용 절차를 더욱 단순화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해 스마트 감염관리,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 등 환자 서비스를 더욱 혁신할 계획이다.
삼성창원병원은 “이러한 혁신 전략 수행을 위해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