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그림자 업무"
정부 추진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관련 당사자들 불안감 표출
2024.05.13 16:10 댓글쓰기

“우리가 간호사인지, 의사인지, 의사 같은 간호사인지 모르겠다. 어제까진 일반간호사였는데 오늘 갑자기 PA간호사가 돼서 의사 업무를 하고 있다. 동의서는 내가 받았는데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불안하다. 내 판단에 환자를 맡겨놓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라는데 책임은 누가 지나.”


전공의 사직이 석 달 이상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불안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조노조)은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지난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호 노동 현장 증언과 올바른 보건의료인력정책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 참석 간호사들은 세간에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으로 알려진 사업의 본래 명칭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임을 짚고 시작했다. 


PA, 임상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 모두 간호사에 속하며, 명칭·자격·역할이 매우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PA 업무범위와 쟁점을 논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PA 시범사업, 의사 업무 공백 메꾸는 방식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개혁 한 부분으로서 PA로 통칭됐던 모호하고 불법적 의료행위와 노동에 대해 양성화·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의 제자리 찾기는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정부 의료개혁 추진 속에 발생한 의사 업무 공백을 메꾸는 방식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은영 경희의료원 지부장은 28년차 간호사로서 불법의료와 기존 PA간호사 노동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이 지부장은 “PA간호사들은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자가 그림자처럼 업무하는 존재다”며 “어떤 때는 의사 업무를, 어떤 때는 간호사 업무를 하면서 갈등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못해서 환자들이 잘못될지, 교수들이 책임을 묻지 않을지, 쫓겨나는 건 아닌지 불안하게 운영해와놓고 의사가 떠나고 나니 간호사를 찾고 불법은 합법이 됐다”며 “한 직종의 일탈로 병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업무범위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홍지숙 보건의료노조 대전을지대병원지부 지부장은 16년차 PA간호사다. 그에 따르면 대전을지대병원은 기존에 80여명의 PA가 있었고, 시범사업 시작 후 130여 명으로 그 수가 늘었다. 


"일반간호사, 갑자기 떠밀려 PA로 배치되면서 불법의료 직면"


홍 지부장은 “일반 간호사들이 갑자기 떠밀려 PA로 배치되면서 불법의료에 내몰리고 있다”며 “현장에 남아있는 교수들의 갑질 문제도 곤욕이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노티하면 ‘어쩌라고’라며 대응하거나, ‘쟤랑 일 못하겠으니 보내라’는 등의 폭언을 듣는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어 “현장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간호사들이 PA로 발령나는 경우가 많다”며 “무분별하게 늘어난 업무범위와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더해 교수 폭언까지 들으면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고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조사 결과, 금년 4월 기준 사립대병원 34개, 국립대병원 6개, 공공병원 11개의 PA 인력은 총 4568명으로 집계됐다. PA가 100명 이상인 사립대병원은 18개, 국립대병원은 5개였다. 또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으로 추가된 (가칭) 전담간호사는 941명으로 조사됐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정부 시범사업 및 보완책 등에 대해 “그동안 불법의료라고 해서 최소화했던 업무들이 PA들에게 몽땅 넘어왔고, 일반간호사에게도 새롭게 업무가 추가됐다”면서 향후 병원마다 간호사들 업무가 천차만별 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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