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 수급난이 점입가경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365일 상시 채용을 가동 중이지만 지원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더욱이 몇 해 전까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호인력 수급이 수월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수도권 중소병원들도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신입 간호사까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채용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고액 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병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중소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헤드헌팅을 통한 신규 간호사 채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상적인 채용 절차로는 도저히 간호인력을 구할 수 없는 병원들이 고육지책으로 헤드헌팅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병원계에서는 헤드헌팅을 통한 의사 채용은 관행화된지 오래고, 수간호사나 전문간호사 등은 간헐적으로 활용되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중소병원들 간호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신규 간호사까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야 구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은 연봉의 15~2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만큼 병원들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지만 당장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수도권 소재 한 중소병원 원장은 “이직 간호사 빈자리를 채우지 않으면 업무 가중을 호소하는 기존 간호사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규 간호사를 헤드헌팅으로 채용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사 채용의 헤드헌팅 의존도 증가는 병원들 수수료 부담 외에 헤드헌팅 업체와 구직자들의 결탁으로 병원들에게 더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는 양상이다.
해당 업체들은 일반 채용으로 구직에 나서는 간호사들에게 헤드헌팅 이점을 강조하며 회유하고, 간호사들은 연봉, 지역 등 희망조건에 맞춰 구직할 수 있어 헤드헌팅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사 채용시장 트렌드 변화는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 채용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기존 대비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최근 어렵사리 신규 간호사를 채용했는데 출근 며칠 전(前) 합류가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며 “조심스레 물어보니 헤드헌팅을 통해 다른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간호등급제에 이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학병원 잇단 분원 설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소병원 간호인력의 씨를 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면허가 등록돼 있는 간호사 39만8673명의 전년 대비 활동 유지율을 조사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89.7%, 종합병원은 84.0%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은 50% 미만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대형병원 대비 중소병원 간호사들의 이직, 전직, 사직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신규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쏠림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신규 간호사 근무지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86%를, 병원과 요양병원이 12.1%를 차지했다.
간호등급제 현황도 중소병원들 고충을 방증한다.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병원 감산 확대로 간호인력 유인을 기대했으나, 간호등급 전체 감산액 중 중소병원이 90%를 차지해 의료현장과 괴리감을 나타냈다.
최근 3년 동안 간호등급제 전체 감산액의 92%가 중소병원의 몫이었다. 가뜩이나 힘든 중소병원 입장에서 힘들게 중증환자를 수술, 치료해도 간호등급제로 입원료를 삭감당하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중소병원 간호인력 현실을 인지하고 간호등급 산정기준을 병상 수에서 환자 수로 변경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땜질직 처방으로 감산액 증가세는 지속되는 실정이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입원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마련된 간호등급제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양극화와 간호사 인건비를 부채질하는 도구로 전략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